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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첫발 뗀 홍콩 ELS 배상,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려면

 

주요 시중은행과 투자자의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 합의 사례가 5000건을 넘어서며, 올해 상반기 1만건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지난달 30일 까지 5323건의 홍콩 H지수 ELS 손실 건에 대해 투자자와 자율배상에 합의했다. 금융감독원은 3월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고, 지난달 중순 대표 사례 5건에 대한 배상 비율을 결정하는 등 자율배상 기준을 제시했다. 이후 은행들이 본격 혐의에 나서면서 자율배상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올해 1월 만기가 도래한 6300여 건의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절반이 넘는 3440건이 합의에 이르러, 30일까지 3569건의 배상을 마쳤다 신한은행은 992건, NH농협은행은 556건에 대한 협상 및 배상금 지급을 마무리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약 3000건의 배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상반기 1만건 이상의 합의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 중에는 손실액 전액 배상 등을 요구하며 분쟁 조정이나 소송 등을 준비 중인 경우도 적지 않아 합의가 장기화 될 수도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은 국내은행의 재무구조 건전성에 영향을 줬다. 은행들은 올해 1분기 홍콩 ELS 배상으로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충당부채를 쌓았다.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57%로 전 분기 말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보통주 자본 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을 각각 12.93%, 14.26%로 전 분기말 대비 각각 0.08%포인트, 0.04%포인트 하락했다. 단순기본자본비율은 6.60%로 전분기말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BIS 기준 자본비율은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재무구조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향후 배상 협상의 변수는 홍콩 H지수의 향방이다. 홍콩 H지수가 오르면 원금을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손실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반면 H지수가 추가 하락 시 손실률이 높아져 배상 협상에서 투자자들의 반발도 더 심해질 수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6개 은행의 홍콩H지수 ELS 손실률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달 40% 아래로 떨어졌다. 홍콩H지수가 오랜만에 부진을 벗어나 회복세를 보인 덕이다. H지수는 2022년 4900대로 추락했다가 최근 6600대까지 회복했다.특히 지난달 20일에는 6964.99까지 오르며 7000선에 다가섰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6개 은행에서 발생한 홍콩H지수 ELS 손실액은 4748억원으로, 손실률은 약 37%를 기록했다. 홍콩H지수 ELS 손실률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만기가 된 원금이 1조2907억원 중 8159억원이 고객에게 상환됐다. 여전히 손실액이 크지만 지난 4월 손실률 46%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 것이다. H지수 ELS의 수익 조건은 상품별로 다르긴 하지만, 가입 당시 대비 H지수가 65~70% 수준만 된다면 관련 ELS에서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5대 은행의 내부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등을 보면, H지수가 6800선에 근접 할 경우 6월부터 녹인(knock-in) 조건이 없는 H지수 ELS 만기 도래 계좌는 모두 이익을 내고 상환될 가능성이 있다. 8월 이후부터는 홍콩 H지수가 6500선만 넘어도 만기 도래하는 5대 은행 ELS에서 거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액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발행 금액은 114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350억원을 기록한 이후 2월 228억원으로 감소했으나, 3월 470억원, 4월 722억원으로 다시 늘기 시작했다. 

 

홍콩 H지수 ELS 배상이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는 한국 금융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또 한번 보여주고 있다. 은행들의 내부 통제 체제와 금융 당국의 외부 감시 시스템, 투자자 '자기 책임' 이 동시에 고장나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란 한자성어가 있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처음 등장한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했다..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가 금융 시장이 키코(KIKO), 독일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아쉬움이 크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정부, 은행, 투자자 모두 역량을 키워야 한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을 의심받는다.

 

 

정해균 편집국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