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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몰려오는 '3고', 우산 준비해야

[경제만사]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에 금리, 물가도 뛰는 이른바 ‘3고(高)’ 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전쟁 확전 우려로 국제 유가 상승의 복병까지 등장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른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사상 처음 온스당 2400달러 선을 넘어섰고, 환율은 한때 140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 2월과 3월 각각 3.1%였던 소비자물가지수가 이달 들어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돌았다.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OECD 평균을 넘어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 11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주 외환당국이 잇따른 '구두 개입'에 나서며 외환 수급 변동성 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환율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3원 오른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말 종가(1288.0원)보다 7.3%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상승폭은 이례적이다. 1990년 3월 시장평균환율제가 도입된 이후 같은 기간 최대 상승폭이다. 환율이 달러당 138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사태 사태 이후 이번이 네번째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5차 중동전쟁으로 확산할 우려마저 나오고 있어 당분간 고환율 기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4월 배당 시즌을 맞아 외국인들의 달러 송금 수요가 늘 수 있는 점은 환율을 더 밀어 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급될 배당금 규모는 총 9조2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금을 해외송금 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면 달러 수요가 늘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 상승과 국제 유가 상승 결합은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유가는 중동 위기 영향으로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가 급등은 수입 제품과 에너지 가격을 밀어올려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식품·유통·항공업체들의 가격 인상과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경제 비상사태’라 할 만하다. 서둘러 우산을 준비할 때다.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들을 무엇보다 빚(부채)을 줄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경제 위기는 빚에서 왔다. 1997년 IMF 외환 위기기는 기업 부문의 과다 차입에서, 2000년대 초반 국제 금융 위기는 가계의 과다 소비로 그리고 2010년 유럽 재정위기는 정부부문의 과다 부채에 그 원인이 있었다. 

 

3고 속에서 경제 주체들의 부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2023년 2분기 현재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1.7%로 같은 기간 선진국 평균 70.9%를 30%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재벌닷컴이 매출 10조원 이상 30대 대기업의 2023회계연도 감사보고서(별도기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이자비용 총액은 7조444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8290억원(61.3%)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나라빚(국가채무)은 1126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GDP 대비 50.4%에 달하는 규모다. 결산 기준 국가채무 비중이 GDP의 50%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채무는 최근 5년(2018~2023년)간 450조원 가까이 늘었다. 나랏빚은 한 번 누적되면 재정 적자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아도 이자 지급 부담으로 규모가 계속 늘어나는 속성을 지닌다.

 

우리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만큼 미리 점검하는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불길한 지표들이 쏟아지면서 한국은행과 정부의 정책 수정도 불가피 해보인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2.1%)이나 소비자물가 상승률(2.6%) 전망치는 모두 국제 유가가 80달러대를 가정해 도출된 것인 만큼, 한은과 정부는 올해 물가 전망치를 올리고 경제 성장 눈높이는 낮춰야 할 상황이다. 금리 인하 시기도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사태 예의주시와 함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경제행위나 정책결정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런 쏠림 현상을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 속에서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가 인내심을 갖고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고통을 견뎌내야 할 시기다. 어려울수록 정도로 가야 한다.

 

 

정해균 편집국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