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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홍콩H지수 ELS 사태, 워런 버핏이 주는 교훈

[경제만사]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한 배상(사적 화해)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홍콩H지수 ELS를 대규모로 판매한 국내 주요 은행 6곳 모두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8조8000억원이며 이중 은행권의 판매 비중은 약 82%(15조4000억원)다. 금감원은 지난달 11일 은행·증권사 등 ELS 판매사 및 투자자 책임을 고려해 판매사가 홍콩H지수 투자자 손실의 0~100%까지 배상할 수 있는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다.

 

은행권은 금감원의 기준안에 따라 평균 40% 안팎의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자율배상 절차 진행을 가속화해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들의 배상비율을 조속히 확정하고 개별 합의를 거쳐 신속한 배상금 지급에 나설 계획이다. 자율배상 결정에 앞서 은행들은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고객 계좌를 체크하고 자체 배상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조정 절차가 시작되는데 배상액만 최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은행은 대부분 이 배상 추정액을 올해 1분기 대차대조표상 충당부채, 손익계산서상 영업외비용 항목에 반영한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이번 ELS 배상이 은행들의 모회사인 금융지주의 수익성, 자본 건전성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이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증권사들도 서둘러 자율배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ELS 판매 과정에서 확인된 위법 행위에 대해 과징금 등 제재 수위를 정할 때 배상 등 금융사의 사후 수습 노력을 참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판매사와 투자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며 금융기관에 자율적 배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은행권의 자율배상 결정은 환영할 일이다. 배상안이 나왔으니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입자들은 은행권을 향해 전액 배상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이 불완전 판매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가입자는 자신의 예금을 인출해 다른 은행에 옮기는 실력 행사를 벌이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가입자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밟거나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법정 다툼으로 가면 사태 해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자율배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달부터 제도개선 및 제재 방안 마련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가이드라인 제시 등 관치금융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보여한다.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발생은 한국 금융산업의 후진성이 드러난 사건으로, 해외금리 연계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사태 등 과거로부터의 학습효과도 없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정리될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장 신뢰를 해치는 욕심과 불법은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는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모든 금융거래의 출발은 신뢰에서 출발한다. 서로 믿지 못하면 개인과 금융회사 모두 경제 활동에 소극적이 되면서 국가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훼손된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신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순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의 명언을 되새길 때다. 신뢰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해균 경제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