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LG그룹 지주회사인 ㈜LG 기업가치가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적 분할 이후 대주주의 장내 매각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지분 정리까지 끝냈지만 시장의 평가는 미지수다. 증권가에서는 ㈜LG의 지향점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가 회복을 위한 전략이 부재한 가운데 ㈜LG의 핵심 계열사인 LG CNS가 IPO(기업공개)를 공식화 했다. CNS는 주요 IT 서비스 기업 중 사실상 유일한 비상장 회사로 ㈜LG 실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계열사의 가치가 모회사로 연결되는 만큼 CNS 상장으로 ㈜LG의 기업가치가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는 3일 7만3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대비 200원 줄어든 것으로 ㈜LX와 계열분리 이후 기업가치는 하락하는 추세다. 분할 후 첫 거래일이던 지난해 5월27일 종가는 10만8500원이었으나 올해 3월15일에는 7만900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시가 총액은 17조670억원에서 11조1530억원까지 하락했고 시총 순위도 25위에서 34위로 떨어졌다.
LG는 작년 인적분할과 LX와의 지분정리를 마무리하면서 주주가치 증대와 지주회사 재평가를 기대했다. 다만, 현재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이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장 사업을 강화하고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세우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도 4년 만에 모바일 패널에 조(兆) 단위의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반면 LG는 지난해 7월, 계열사와의 잠재적 시너지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이후 구체적인 신규투자가 없는 상태다.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주력 계열사인 LG CNS가 IPO(기업공개)에 나서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힘이 실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LG CNS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다음 달까지 IPO에 함께할 증권사를 뽑고 연내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LG CNS 지분 49.9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자산운용사 맥쿼리PE가 지분 35%를 보유 중이다. 앞서 맥쿼리PE는 지난 2019년, 5년 내 상장 등의 조건을 들어 LG로부터 9500억원에 CNS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이는 오너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자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했을 경우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공급업체인 LG CNS는 1987년 설립됐다. 금융권의 차세대 정보시스템, 교통카드 IT 시스템 등의 디지털 전환(DX) 방향을 제시하고 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도 추구하고 있다. LG는 “CNS는 30년 넘게 축적해온 소프트웨어 전문성과 다양한 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고객에게 시스템 구축/운영 및 IT신기술 기반의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실적도 상향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 CNS는 지난해 매출 4조1431억원, 영업이익은 32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23.3%, 33.5%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연결재무제표 상 LG 실적에 반영되는 CNS 비중도 높아졌다. 작년 LG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CNS 비중은 32%로 전년대비 8% 올랐다. LG CNS 관계자는 “공모가와 예상 시장 평가 규모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상장시기는 시장상황 등 제반 여건에 따라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