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D램 세대교체가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의 차세대 CPU(중앙 처리 장치) 출시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D램 가격도 약세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제조사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D램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이유로 인해 내부 분위기가 밝지 않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기대하는 호재도 있다. 바로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낸드'다. 낸드는 대내외 호재가 기대되는 부문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고 경쟁사의 악재로 가격 반등까지 기대되는 상태다.

◆차세대 CPU 출시 지연...메모리 업계 우려=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출시 시점은 지난해 연말로 예상됐지만 올해 2분기까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차세대 D램 규격 DDR5를 적용한 CPU라 메모리 제조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제품이다. 서버용 CPU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교체하려면 D램 모듈도 함께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D램 수요 확대를 점치는 대목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DDR5는 DDR4 대비 가격은 40% 이상 높고 데이터 처리속도는 2배 이상 빠르며 전력 효율성도 30% 이상 뛰어나다. 또 일반적으로 메모리의 밀도가 높아지면 전하(電荷) 손실 위험이 발생하는데 DDR5는 내부 데이터의 손상을 감지·수정하는 ECC(오류 정정 코드 메모리)를 탑재해 위험성을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DDR5 비중을 10%에서 2024년에는 43%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 세대교체 주기가 늦어지는 가운데 가격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선 악재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대비 8~13%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영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지연으로 DDR5 출시도 지연됐다. DDR4 공급이 쏟아지며 지난해 D램은 공급 초과에 직면했다”며 “올해 하반기는 신규 CPU 공급 및 DDR5 비중이 급증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 맛본 SK하이닉스, 올해는 성장동력으로=SK하이닉스 입장에선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D램 매출 비중이 높아 회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흑자 ‘맛’을 본 낸드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과 함께 경쟁사의 생산 차질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말 중국을 끝으로 반(反)독점 당국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허가를 받은 SK하이닉스는 본격적인 도약에 나선다. 사측은 올해 컨퍼런스콜을 통해 "낸드의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 증가율) 출하는 전년대비 2배가량 증가하고 생산 증가율도 3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생산량이 늘어나도 ASP(평균판매가격)가 떨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낸드 가격이 최대 10%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5~10% 가량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5~10% 하락한다고 전망했지만 이를 다시 상향 조정하는 등 수정한 셈이다. 이는 최근 경쟁사의 생산 차질로 글로벌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낸드 사업의 가파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인 셈이다.
낸드 합작 벤처를 세운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는 지난 10일, “원료 오염사고로 3D 낸드 생산에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들 기업의 낸드 통합 점유율은 32.5%에 달해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예상되는 초기 피해량은 6.5EB(엑사바이트, 65억GB)이며 생산 차질 물량은 전 세계 공급량의 4.4% 수준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경쟁사 문제와 관련한 답변은 하기 어렵다”며 “올해 낸드 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