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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문화가 곧 국격”...예술인의 ‘키다리 아저씨’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

음악·미술 등 예술활동 지원에 앞장...사옥 '문화공간'으로 꾸며
말단 사원에서 출발한 2세 경영인...금융권 유일 50년 흑자 달성

 

[FETV=이가람 기자] “우리 조선은 꼭 독립이 되네. 동서고금에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에게 영원히 합병된 역사는 없지. 그렇기에 일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 문화를 약탈하는 것일세.” (위창 오세창, 간송 전형필에게)

 

문화의 힘을 강조한 이 말은 위창의 제자들이 문화재를 지키고 장인들을 지원하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증권가에도 일찍이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한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바로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이다.

 

신영증권은 지난주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예술 인재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신영증권과 한예종의 우호관계는 최근 구축된 것이 아니다. 이미 2011년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지만, 협력을 공고히 하고 후원을 확대하기 위해 MOU를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영증권은 한예종의 장학생 선발 사업 및 글로벌 공연 사업을 후원하게 됐다. 먼저 해외에서 개최되는 콩쿠르나 페스티벌에 참가할 때 발생하는 항공료·숙박비·재료비·악기대여료 등을 지불해 주는 ‘신영컬처드림업’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더 많은 예술인이 국내를 넘어 국제무대로 진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예종 영상원 졸업생은 “보통 작품 활동을 할 때 비용적인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디자인 공모전인 ‘신영컬처챌린지’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음악부문은 창작곡 연주 음원을 제작하고, 디자인부문은 광고 또는 사은품을 만들면 된다. 저명한 교수들이 제출된 작품들을 심사해 수상작을 가려낸다. 코로나19 사태에도 행사를 취소하지 않아 올해에도 10명 남짓의 학생들이 상장과 상금을 받았다. 음악부문 대상작은 신영증권 고객센터 통화 연결음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증권사가 문화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드문 경우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50여개 증권사 가운데 신영증권을 제외하면 교보증권 정도가 문화 유적 관람을 장려하고 있을 뿐이다. 신영증권의 오너인 원 회장이 문화예술을 미래유산으로 여겨 증진에 힘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의도 한복판에 위치한 신영증권 사옥에도 원 회장의 예술혼이 깃들어 있다. 원 회장은 2018년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한 사옥 리모델링을 마치면서 1층에 ‘체임버홀’을 마련했다. 통상 공연장은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없어 적자로 이어지게 마련이지만 음악·연극·무용·미술 등을 주제로 예술가와 고객을 연결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 전시회 후원, 고궁 답사 등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신영컬처클래스’와 ‘마티네콘서트’도 대부분 체임버홀에서 열린다. 지금까지 힐러리 한, 레이 첸, 백혜선 등이 공연한 바 있다. 대형 서점인 반디앤루니스도 입점돼 있다.

 

 

이 같은 문화예술 지원을 제외하면 원 회장은 경영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오너 2세지만 다른 직원들처럼 대학 졸업 후 입사한 뒤 ‘신영맨’ 코스를 밟아 CEO 자리까지 오르게 된 원 회장은 1971년 신영증권을 인수한 이래로 50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세운 대기록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안정적이었다.

 

지난해에는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을 선임해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갖췄다. 원 회장의 결단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황 사장 취임 직전인 지난해 6월 18일 주당 4만425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13일 6만4900원으로 47% 가까이 뛰었다.

 

결과적으로 원 회장의 선택은 옳았다. 신영증권은 자산관리(WM)와 투자금융(IB)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신영증권의 지난 회계연도(2020년 4월 1일~2021년 3월 31일)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961억원으로 전년 동기(203억원)와 비교해 864.62%나 성장했다. 금융상품판매 실적이 개선되고 IB 수수료 수익과 자산 운용 손익이 증가했다. 또 오랜 업력을 지닌 금융회사인 만큼 연령대가 높은 고객이 많아, 자연스럽게 재산 형성을 넘어 자산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WM 영토 확장도 이뤄졌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신영부동산신탁도 수익 다각화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권리를 위탁받은 신탁회사가 관리·개발·처분 등을 통해 이익 거두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신영증권 고위 관계자는 “신영증권은 문화 및 예술 후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고객에게도 만족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자본만이 중요한 가치가 아닌 만큼 앞으로도 투자 활동을 넘어 문화와 예술로 고객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