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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산업은행 vs 망언

[FETV=권지현 기자] "그런데 산업은행 이슈는 어떻게 되고 있어요?" 2년 전부터 잊을 만하면 들리던 질문이다.

 

뉘앙스로 유추해 보면 질문자 마음에는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이 정말 가능하냐?'는 생각이 숨어 있었다. 한 집이 이사할 때 주변 시세에 교통, 학군, 자연, 편의시설, 심지어 스세권(스타벅스 생활권) 여부까지 따진다. 하물며 총자산 350조원 70년 전통의 국내 1등 국책은행을 '지역균형발전' 카테고리 하나에 묶어 내려보낸다 하니 어찌 쉬이 납득할 수 있으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민생토론회를 열고 "지방시대를 열어갈 가장 중요한 한 축이 부산"이라며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조속히 이전해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이끄는 동력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은법에 '본점을 서울로 한다'는 한 줄짜리 규정이 있는데 그것만 '부산으로 한다'로 고쳐도 되고, 규정 자체를 없애면 되는 것"이라며 "법 개정 전에도, 산업은행 부산 지점이 영호남을 아우르는 영업총괄본부로서 기능을 하게끔 빨리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2030 세계박람회 유치가 불발된 직후인 작년 12월 4일 이후 69일 만이다. 곧바로 '부산 달래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기시감이 든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2022년 1월 15일 부산 유세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을 깜짝 발표, "부산은 항상 힘이 넘치고 역동적인 곳이라 올 때마다 늘 기운을 받는다"며 부산을 치켜세운 바 있다. 그는 대선 후보가 되기 전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을 지역으로 이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기에 당시에도 부산 민심 잡기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망언.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직후 산업은행 조진우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입장을 내며 이 단어를 썼다. 그는 "윤 대통령이 산업은행법 개정 이전이라도 산업은행을 실질적으로 부산 이전 시키겠다는 망언을 내뱉었다"고 했고, 김현준 위원장은 "산은은 전국 60여 개 지점을 두고 국토균형발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에 어울리는 건 은행이 아니라 기업"이라 꼬집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간다. 행정적, 법률적 과정은 차치하고 추진 '속도'만 보면 어떨까. 2022년 부산연구원은 'K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냈는데, 제목부터 가관이다. KB국민은행과 KDB산업은행을 합쳐 정체불명 기관을 만들었다. 무엇이 그리 급했던 걸까. 이 보고서는 산은 부산 이전으로 인한 부·울·경 생산 유발효과는 2조4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조5000억원, 취업 유발효과는 3만5000명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