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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소송은 몸풀기”…글로벌 배터리공장 증설경쟁 본격화

전기차 시대 진입으로 국내 3사 배터리에 투자 ‘올인’
해외 생산기지 확충…국내외 소송·분쟁 확대 가능성도

 

[FETV=김창수 기자]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앞두고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영토 확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잡기 위해 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여념이 없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진행 중인 소송전은 몸풀기일 뿐 앞으로 배터리 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하루 차이로 해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 소식을 알렸다. 또한 최근 단행된 회사 정기 인사에서 일제히 배터리 분야 강화에 초점을 뒀다.

 

■ 한·미·중·유럽 생산기지 확대…‘배터리’ 초점 인사

 

LG화학은 지난 6일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양사가 지분 50대50으로 각 1조원씩 출자하고 단계적으로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에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한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총 10억 위안(약 1680억 원)을 투자해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배터리 합작법인 ‘BESK’를 설립,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EVE에너지와도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9월 계약했다. 장쑤성 옌청(鹽城) 지역을 후보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은 오하이오주 합작법인까지 더해 한국,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총 7개로 늘어난다. 자체 생산공장 5곳과 합작공장 2곳 등이다. 현재 70GHw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0년까지 1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중국 합작공장 설립으로 12.2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으며, 내년 초 완공될 헝가리 공장까지 합치면 생산 능력은 19.7GWh로 확대된다.

 

삼성SDI도 울산과 중국 시안(西安),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은 20GWh로 추산된다. 최근 BMW와 3조8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발표하는 등 유럽을 거점으로 하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대수는 올해 200만대를 넘어 2030년 전체 자동차 중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2023년 200GWh, 삼성SDI 2025년 131.6GWh, SK이노베이션 100GWh로 예상했다.

 

LG그룹과 SK그룹의 최근 인사에서 배터리 분야 강화도 똑같이 눈에 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CEO인 신학철 부회장과 김준 사장을 유임하며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배터리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 삼성SDI도 조만간 단행될 인사에서 배터리 부문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배터리 생산 능력을 최대한 늘려 ‘안정적인 수급처’ 입지를 다지는 게 관건”이라며 “국내 3사가 배터리에 ‘올인’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LG-SK 배터리 전쟁은 서막…치킨게임 본격화” 관측

 

중국, 유럽 등 해외 배터리 업체들의 사정도 국내 업체들과 비슷하다. 일례로 독일 폭스바겐과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가 독일 잘츠기터에 초기 연간 생산량 16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해 2024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취해온 보조금 정책을 2020년 폐지하기로 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둘러싼 글로벌 배터리 업체 간 경쟁도 점화했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수요가 잠시 주춤할 수는 있지만 미국·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계속 확대할 전망이다.

 

경쟁이 확대하다 보면 업체들이 난립하는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상위 일부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과점 시기로 발전하는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이 과정에서 비롯됐고 앞으로 배터리 업체 간 분쟁은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초기 시장에서 선발주자인 LG화학,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 등의 기존 고객을 SK이노베이션 등 후발주자가 잠식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확보에 전력투구하면서 일어나는 필연적 상황으로 LG와 SK의 소송전은 이런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공급망 구조 변화로 기존에는 협력 관계였던 기업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는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단계로 본격화하면 생존 가능한 상위 기업에 속하기 위해 국내외 배터리 업체 간 분쟁이 더욱 격화할 것이다. LG와 SK의 소송전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