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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52시간제 도입 현황 ] ②증권업계 시행 준비 끝…현장은 "글쎄"

일부 부서· 중소형 증권사 '볼멘소리'

 

[FETV=장민선 기자] 금융투자회사는 오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법적으로 의무화된다. 대부분의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를 강제 종료시켜 정시 퇴근을 유도하는 PC오프제, 부서 내 탄력적인 인력 활용을 위해 시차를 두고 출퇴근 하는 유연근무제 등 주 52시간 근로제를 조기 시행하면서 시범 운영, 현재는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다.

 

리서치센터, 투자은행(IB) 등 특수 부서는 부득이한 경우 야근을 허용하고, 초과 근무분을 휴가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선제 도입한 증권사에서도 담당 부서장과 인사팀장 결재를 받으면 야근을 할 수 있다.

 

◆ 일부 부서에서는 '회의적’…“업무 특성 고려해야”

 

주 52시간 근무 제도와 관련해 증권사들의 몇몇 특정 부서와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주 52시간 근무 제도 도입이 여건상 불가능한 특수 직군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주요 골자다.

 

국내 주식 시장의 경우, 해외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아 야간에 개장하는 선진국 주식 시장의 상황 및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업무 유연성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또 업무량이 줄지 않는 것도 문제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여건상 충분한 인력 충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할 경우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 총계 1~2위에 랭크돼 있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에 비해 중소형 증권사의 인력 규모는 그 반도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금융투자업계에서 PC오프제를 도입하면서 추가근무가 어려워졌는데 업무량은 똑같다는 게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삶의 질과 더불어 업무 환경까지 향상 시키고자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오히려 이를 더 악화 시켜 역 효과를 초래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몸은 회사에서 퇴근하지만 퇴근 후 카페나 집에서 잔업을 처리하는 편"이라며 "퇴근 전 사전 신청을 통해 근무 시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사전신청의 경우 대부분 '보고'의 형식이라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정부가 추진한 주 52시간 근무제도와 관련해 그 취지와 내용은 근로자로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며 "그러나 증권업의 경우 리서치(애널리스트)나 회사 전산시스템을 상시 점검해야 하는 IT관련 부서, 해외주식 데스크 등 특정 업무를 맡고 있는 근로자에게 적용 시 어려운 부분이 있어 증권업계 특성을 고려해 세부적인 개선안이 도출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 NH·KB증권 등 52시간 근로제 정착 위한 시도 중

 

NH투자증권은 4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새로운 직장 문화 정착을 위해 'NH 스마트 워크(Smart Work) 333' 캠페인을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은 4월부터 제도를 조기 도입해 정규 근무시간을 오전 8시∼오후 5시로 기존 대비 1시간 단축하고 업무특성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변경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영채 사장과 경영지원총괄 소속 임직원들이 출근 시간 회사 로비에 나와 업무·휴게시간을 지키고 집중근무 시간을 정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며 업무 완료 후 자유롭게 퇴근하고 근로시간 외 업무 연락을 자제하라는 내용을 담은 '스마트 워크 333' 안내 자료를 직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또 KB증권은 지난 2017년 말부터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업무 자동화)를 도입한 결과 현재까지 100여개 업무에 적용, 연간 업무시간 기준으로 약 2만시간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RPA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단순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IB부문 채권 발행∙인수업무(DCM) 담당 부서의 경우 법규상 공시서류 별로 동일하게 기재해야 하는 내용을 과거에는 직원이 목차별로 일일이 작성해야 했으나 현재는 RPA로 자동화해 공시서류 1건당 약 20분~30분씩 업무시간 절감, 향후 주 52시간 근무제에도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최근 개설한 리서치센터 홈페이지에는 업종별 데이터 취합∙정리, 데이터베이스 저장, 리포트 게시 등의 과정에 RPA가 적용되고 있다.

 

국내외 방대한 투자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게시해야 하는 단순 수작업 반복업무를 현재 RPA가 다수 담당하고 있다. RPA는 정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자동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효율 향상과 업무시간 감축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KB증권은 RPA 적용 업무를 확대하여 직원들의 스마트 워킹(Smart Working)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반기에는 서버급 RPA를 포함하여 AI(인공지능) 접목 등 RPA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버급 RPA는 전사적으로 다수 직원이 하는 단순 반복업무를 서버를 통해 처리하는 것으로 현재 직원 개별 PC에 적용된 RPA를 서버급으로 격상하면 보다 많은 직원의 효율적 업무수행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AI를 통한 문서학습 및 챗봇 연계 등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단순업무자동화 규모과 기술 측면에서 의미 있는 '레벨 업'을 기대하고 있다.

 

김재봉 KB증권 디지털혁신본부장은 “RPA는 단순히 직원 업무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영업, 기획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직원이 집중하게 하는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서버형 RPA까지 구축 완료되면, 내달 도입 예정인 사내업무 챗봇 등 다른 디지털혁신 영역과 함께 추가적인 Work-diet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