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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구속에 채용비리 악몽(?)…신한‧하나銀 재판도 ‘주목’

강도 높은 ‘본보기’ 판결…재판부 “불공정성 정도, 사회 통념 넘어”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위치” 강조…공판 중인 현직 CEO도 우려
함영주 하나은행장 11일 오후 4차 공판, 조용병 회장도 공판 진행 중

 

[FETV=오세정 기자]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판결을 ‘본보기’로 받아들이면서 관련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재판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2017년 하반기 촉발된 채용비리 사태의 여파가 올해 더 크게 휘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10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망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 전 행장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전 행장이 합격시킨 채용자는 청탁대상 지원자이거나 행원의 친인척인 경우”라며 “불공정성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직원 채용에 대한 업무는 행장 권한이지만, 법률을 위반하거나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도로 (권한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은행의 공공성과 우리은행의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행장의) 재량권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우리은행은 공공성이 다른 사기업보다 크다고 할 수 있고, 신입직원의 보수와 안정감을 볼 때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직장”이라며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고 그 기본이 공정한 채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해서는 “행장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정원 간부의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결재권자로서 업무방해를 주도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주요 시중은행장 중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권에서는 이 전 행장을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한 것을 일종의 ‘본보기 판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전 행장에게 내려진 무거운 판결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채용비리 후폭풍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의 경우 현직 CEO들의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들 역시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강조한 은행의 사회적 위치와 공공성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 또 이번 재판에서 업무방해가 인정된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함영주 행장은 지난해 6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제4차 공판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함 행장은 2015년 국민은행 관계자로부터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이를 전달하며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1로 해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함 행장 측은 사기업 수장의 재량권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판결에서 은행의 재량권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시했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10월 기소된 후 4차 공판까지 마쳤다. 지난해 11월 19일 1차 공판이 이뤄진 후 같은 해 12월 2~4차 공판이 진행됐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역임 당시 입사지원자 30명의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으로부터 조카손자 나모씨에 대한 청탁을 받고 부정 합격시킨 의혹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고 본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이 불기소 처분되면서 한숨 돌렸지만, 국민은행 임직원이 여전히 법정에 서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인사팀장 오모 씨와 전 부행장 이모 씨, 인력지원부장이던 HR총괄 상무 권모 씨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모 전 HR본부장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양벌규정에 따라 국민은행에도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항소 후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 예상보다 무거운 판결로 지난해 은행권을 휩쓸었던 채용비리 후폭풍이 더 커질 것이란 긴장감이 은행권 전반을 감도는 분위기”라며 “시중은행들은 남아있는 관련 재판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