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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여성CEO가 뛴다] ‘불닭 신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글로벌 톱100 종합식품기업 일군다

불닭볶음면, 2012년 4월 김정수 부회장 아이디어로 탄생
삼양식품, 지난해 ‘매출 1조 클럽’ 가입···올해 매출 20% 증대 목표
작년 해외 매출 8093억원···해외 매출 중 80%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

[FETV=박지수 기자] 반평생 전업주부로 살던 재벌가 며느리가 ‘매운맛’ 하나로 망할 뻔한 식품기업을 매출 1조원·영업이익 1000억원이 넘는 글로벌 식품회사로 일으켜 세웠다. 이 드라마 같은 성공 스토리의 실제 주인공은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삼양식품의 제2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불닭볶음면’은 김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이다. 불닭볶음면 신화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런 가운데 김 부회장은 해외시장에서 1조원 이상을 매출을 올리겠다며 장밋빛 청사진도 그렸다.

 

김 부회장은 대표적인 ‘용띠’ 최고경영자(CEO)다. 1964년생인 그는 서울예술고등학교를 나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했다.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이기도 한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시아버지 권유로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1994년 오너 2세인 전인장 전 회장과 결혼한 김 부회장은 당시에만 해도 결혼한 지 4년째 되는 평범한 주부였다. 

 

예고를 졸업한 김 부회장은 당시 라면 포장지를 직접 디자인 하고 ‘갓 짬뽕’, ‘맛있는 라면’ 등 제품 이름을 짓는 것을 도왔다.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거둔 김 부회장은 특유의 섬세한 업무 처리로 시아버지 눈에 띄었고, 2000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으로 정식 입사했다. 이후 전무이사, 부사장 등을 거쳐 2010년 말 마침내 삼양식품의 지휘봉을 잡았다. 2021년 12월엔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연결 기준 매출 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75억원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34% 증가한 8093억원으로 2019년 이후 5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이른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 중 80%는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로 불닭볶음면은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효자 상품이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중흥기를 연 불닭볶음면을 만든 주역이다. 2011년 초 당시 김 부회장은 고등학생인 딸과 주말을 맞이해 도심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방문한 명동 매운 음식점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 풀린다”라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맛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찾아 직접 맛을 봤다. 또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청양고추, 하바네로 고추, 베트남 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 세계 여러 지역의 고추를 혼합해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닭 1200여마리와 매운 소스 2톤이 사용됐다. 마침내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이 세상에 나왔다. 

 

김 부회장이 불닭볶음면을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반짝인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출시 초기에는 반응이 미미했다. 매출과 점유율도 기대 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유튜브에서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가 유행하며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사실 불닭볶음면이 출시되기 이전까지 삼양식품은 내수에 의존했던 회사였다. 출시 초기 월 7억~8억원 정도였던 불닭볶음면의 국내 매출은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매운 볶음면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라면시장의 불문율을 깨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튜브에서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가 유행하자 김 부회장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공장 없이 수출 물량 전부를 국내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2년 만에 80여 개국에 수출 판로를 뚫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2016년 930억원에서 지난해 8093억원으로 7년 만에 8배 넘게 껑충 뛰었다. 이러한 폭발적인 해외사업 성장세 바탕에는 김 부회장의 과감한 추진력이 있었다. 김 부회장은 해외시장 가능성을 보고 수출 초기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고, 수출 성장세가 본격화된 이후 일 년에 평균 100~120일가량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해외사업을 꼼꼼하게 챙겼다.

 

삼양식품은 최근 경남 밀양시 부북면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서 밀양2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삼양식품은 밀양2공장 건설에 1643억원을 투자한다. 밀양2공장은 연면적 3만 4576㎡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다. 이 공장에는 총 5개의 라면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며 2025년 상반기 준공이 목표다. 완공 시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이 기존 18억개에서 약 24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삼양식품 측은 기대하고 있다. 미주 시장을 겨냥한 전초기지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 성공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올해 불닭볶음면에 이어 ‘맵탱’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8월 신규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첫 선보였다. 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스프, 스낵, 조미소재, 냉동 식품 등 연구개발(R&D)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기존 라면 중심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식품과 과학이 결합된 영역을 개척,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100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삼양식품을 향한 김 부회장의 희망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