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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의 P+R


'#IamRemarkable'에 담긴 함의

[임현정의 P+R]

 

 

홍보대행사를 창업해 운영한지 15년이 됐다. 홍보대행사가 하는 일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홍보를 필요로 하는 고객사와 미디어를 연결해 주는 일이다. 고객사를 대신해 세상에 알리고 싶은 정보와 홍보거리를 미디어에 전달하기도 하고 역으로 미디어가 찾는 취재거리를 고객사에게 알려주고 홍보기회를 만들어낸다. 

 

창업 전 기간까지 포함하면 꽤 오랜 시간 홍보 업무를 하다 보니 ‘이렇게 오프라인 상에서 하던 일을 온라인으로 옮겨서 할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되면 홍보비가 부담스러운 개인이 비용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릴 홍보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고 나날이 치열한 콘텐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디어도 보다 다양한 취재풀(pool)을 확보하게 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이런 생각에 기초해 지난해 자신의 '꺼리(거리)'를 홍보하고 싶은 사람들과 다양한 '취재거리'를 찾는 미디어가 직접 만나는 플랫폼을 론칭하게 됐다. 그런데 플랫폼을 론칭하고 운영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홍보가 필요하다며 플랫폼에 가입한 사람들이 본인의 얼굴과 스토리를 플랫폼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다. 회원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자신을 공개하는 것이 부끄럽다'거나 '자신은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것이 공통된 대답이었다. 

 

겸손이 미덕이라고 배우며 자라서 그런 것일까? 자신의 경력이나 성과를 홍보하길 원하면서 자신은 홍보할 만한 뭔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스스로를 폄하하는 이 모순을 어찌하란 말인가…

 

몇몇 회원들만의 문제는 아닌 듯해 주변 직장인과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50여 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과를 홍보하는 것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해봤다. 조사 결과 놀라움과 반전의 연속이었는데 응답자의 70%가 넘는 사람들이 자신은 충분히 유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무려 96.2%의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능력이나 성과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자신의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중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으며,  34.6%의 사람들은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확인해보니 성과를 잘 어필하지 못해서 또는 인사고과나 대외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 답변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남들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대답도 절반 가까이 나왔다. 그리고 여기서 또다시 반전은 남들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성과를 잘 어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거나 그럴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는 답변이 74.5%나 나왔다는 것이다.  

 

구글(google)에서는 2016년부터 ‘#IamRemarkable’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과 소수 집단이 직장과 사회에서 자신의 성취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장려하는 글로벌 운동으로 자기 홍보에 대한 인식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감 넘치고 매사에 당당한 사람들만 모여 있을 것 같은 구글에서조차 저런 캠페인이 필요할 정도이니 어찌보면 이런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성과를 잘 어필하지 못한다고 대답한 사람들 대부분은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인정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과연 진짜 묵묵히 열심히 일하다 보면, 세상이 나를 알아줄 날이 올까? 

 


임현정 무버먼한국 & 꺼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