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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의 P+R


언젠간 모두 '사장'이 된다


얼마 전 업무 관련으로 오랜 만에 예전 동료, 선후배 등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 만에 연락을 한 지인들과 결혼은 했는지, 아이들은 몇 학년인 지, 어디에 사는지 등 근황 토크를 하던 중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됐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에서 실세로 통하던 본부장, 외국계 기업의 잘나가는 이사였던 그들이 소식이 끊긴 지난 몇 년 사이 모두 '사장'이 되어있던 것이다. 

 

사장이 되었다고 하면 ‘와, 성공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간 쌓아온 커리어를 밑천삼아 꽁꽁 숨겨왔던 야망을 실현하고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창업을 한 경우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조직에서 부담스러워하는 연봉과 나이가 된 오십 전후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나와 당초 인생의 로드맵에는 없던 '창업'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래, 이제 내 사업할 때가 됐지, 그간 해온 게 있으니 잘 될 거야’라며 덕담을 전하긴 했지만 내심 맘이 편치 만은 않았다. 충분한 준비 없이 조직이라는 안전한 아니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울타리를 벗어나 그 후광과 계급장을 떼고 마주한 현실은 내가 한달 간 만들어낸 성과가 없으면 일원 한푼 들어오지 않는 냉엄한 야생의 밀림과도 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000만여명의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에 이어 'X세대'라 불리던 70년대 생들의 조기퇴직과 창업이 분주한 요즘이다. 지난해 말 기준 ‘나홀로 사장님’ 수가 15년 만에 가장 많은 437만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그러나. 은퇴 후 창업자 10명 중 7명이 1년 이내 폐업한다는 이야기는 연례행사처럼 뉴스의 단골메뉴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은퇴자 10명 중 1명 만이 은퇴준비가 되어 있다는 뉴스도 남 일 같지 않다. 백세 시대, ‘사장님’이라는 이름표를 단 '인생 2막'의 ‘신입’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약 20여 년 전 어느 날, 홍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호기심에 어느 홍보대행사 인턴직에 지원하고, 면접 전날 밤이었다. 명색이 홍보회사 면접인데 최소한 PR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가야할 것 같아 인터넷을 뒤지다, PR이 'Public Relations'의 약자로 '공중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행위나 기능'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서 ‘공중’이라 함은 조직을 둘러싼 주요한 이해관계자들을 말한다. 조직과 세상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PR일이 당시 내게는 엄청나게 근사하고 멋진 일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나의 홍보 커리어도 시작됐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 부모, 형제자매와 관계를 맺고 학교에 들어가 친구, 선후배, 선생님 그리고 사회에 나와 선후배, 상사 등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인생 1막'을 거쳐왔다. 시간이 흘러 '인생 2막'을 맞이하며 세상과의 관계 맺기를 다시 세팅해야 하는 시기를 맞게 됐다. 인생 2막에서의 세상과 관계 맺기는 부모님도 선생님도 사부도 없이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스스로가 자신과 세상의 관계맺기를 주도하는 'PR전문가'가 되야 하는 것이다. 

 

‘사장이 된다는 것'. 마냥 반가울 수 만은 없지만 이는 단지 직함의 변화만이 아니라,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첫 걸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루종일 울려대던 휴대폰 벨소리가 부쩍 뜸해진 어느 날, 겁도 나지만 치기 어린 감정이나 어리석은 실수를 남발하던 '1막'보다 조금은 더 세련되고 조금은 더 지혜롭게 우리는 세상과 관계맺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그러나 망설일 시간도 없다. 

 

무엇을 망설이나 
되는 것은 단지 '하나'뿐인데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

 


임현정 무버먼한국 & 꺼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