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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정부 규제 때문에’...대형마트, 동남아 유통시장 눈돌린다

롯데마트 ‘동남아 전문가’ 문영표 대표 앞세워 매장 확대 속도↑
이마트 내년 베트남 2호점 출점 준비…“4600억원 투자하겠다”
출점·의무휴업…규제에 국내 점포수는 정체 中

 

[FETV=김윤섭 기자] 대형마트들이 해외에 마트를 출점시키면서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마트 1,2위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최근 높은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줄줄이 동남아 유통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커머스의 강세로 인한 국내 유통시장이 장기 불황 현상을 보이는데다 대형마트를 타킷으로 한 정부의 유통규제가 개선될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동남아 통’으로 알려진 문영표 대표를 중심으로 다른 업체들보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롯데마트의 수장으로 배치된 문대표는 롯데마트에서 인도네시아법인장과 동남아사업본부장을 거친 ‘동남아시아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마트가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내 롯데마트가 좀처럼 실적 반등 요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사태 이후 그나마 중국 시장을 정리하면서 효율화에 성공했지만 흑자 전환으로 가기까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3분기 롯데마트는 매출 1조6640억 원, 영업이익 120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61.5% 줄었다.

 

그러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했던 효과가 나타나면서 영업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 마크로 19개 점을 인수하며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지난달 27일 인도네이사 48호점인 찌마히 점을 오픈한 롯데마트는 연내 인도네시아 빠칸사리점과 뜨갈점을 추가 오픈해 총 50개 점포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같은 해에 진출한 베트남도 지난달 기준으로 14개의 점포를 운영중이다.

 

롯데마트의 동남아 점포 수는 국내의 절반수준이지만 수익성은 국내 점포를 이미 상회하고 있다. 올 1분기에 해외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한 롯데마트는 3분기에도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영업이익 20억원을 크게 상회했다.

 

 

베트남 고밥점 1곳은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도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22일 필리핀 마닐라에 현지 2위 유통기업인 '로빈슨스 리테일(Robinsons Retail)'을 통해 프랜차이즈 형태의 '노브랜드 전문점' 필리핀 1호점을 출점했다. 노브랜드 전문점 필리핀 1호점은 한국 노브랜드의 절반 수준인 총 63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며, 연말까지 670여종까지 늘릴 예정이다. 70% 가량은 노브랜드 PL상품(신선·가전 제외)이며, 나머지는 현지 인기 상품을 판매한다.

 

프랜차이즈로 진출하는 만큼 파트너사인 로빈슨스 리테일 측이 매장을 개발·운영한다.

 

또 10월 22일에는 마닐라의 복합쇼핑몰 '로빈슨 플레이스몰'에 기초화장품 브랜드 '센텐스'를 입점시켰다. 센텐스 필리핀 1호점은 개점 후 한달여 만에 현재 쇼핑몰 내 타 화장품브랜드 대비 2~3배 높은 일 매출액을 거두며 시장에 안착한 상태다.

 

지난 2015년 오픈한 베트남 1호점 고밥점도 지난해 첫 흑자 전환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3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상승세에 돌입했다.

 

지난 9월 이마트는 본격적으로 베트남에서의 대형마트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46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2020년 호찌민 시에 2호점을 내고 중장기적으로 5~6호점까지 점포를 확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내 출점하기로 한 호찌민 2호점 계획이 현지 사정으로 미뤄지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차원도 있지만 국내의 각종 규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에서 반경 1㎞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대형마트 입점을 금지한다. 영업 중인 대형마트도 매달 2번은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영업시간(0시~10시)도 제한받는다.

 

이는 결국 대형마트들이 국내 출점을 하는데 있어 부담으로 작용됐고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3개 대형마트 국내 점포수는 2016년(408개) 대비 오히려 감소했다(405개·2019년). 올해만 3개 점포를 폐쇄했다

 

이런 상황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규모점포 출점 시 상권영향평가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오는 12월29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음·식료품 등 종합소매업, 즉 슈퍼마켓이나 전통시장에 대한 영향만 평가해서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던 것을 의류나 가구, 완구 소매업에 대한 영향도 평가해 보고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각각 2분기와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상황에 규제 강화까지 겹치게 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미 국내 온라인 시장 규모가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뛰어넘은 상황에서 상공인과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온라인 시장을 더욱 키워주게 되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안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과거 대형마트들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힘을 받았지만 지난 2012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대형마트 점포 수도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도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시점에 대규모점포 규제가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점포는 유통산업발전법상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 및 복합쇼핑몰 등을 말한다.

 

이어 대한상의는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업태가 더이상 대형파트나 SSM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업태별 경쟁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안의 원래 취지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혜택을 받는게 아니라 중규모 이상의 동네마트나 식자재마트가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나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자영업자들이 농·축·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만든 중형 슈퍼마켓인데, 일반 소비자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전통시장까지 파고들면서 빠르게 매출과 규모가 성장하고 있지만 식자재마트지만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통상 600~700㎡ 규모로 운영되며 개인사업자 또는 도·소매업으로 등록돼 있다. 점포 크기로만 기준을 두고 있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와 SSM이 받는 영업시간 규제에 포함되지 않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많으며 최근에는 근거리 배송 서비스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출점제한도 없어 전통시장 내부에도 들어선 마트도 있다.

 

실제로 16개 점포를 가진 세계로마트는 2015년 매출 1329억원, 영업이익 63억원에서 작년 매출 3313억원, 영업이익 134억원으로 모두 배로 뛰었다. 장보고 식자재마트(점포 12곳)는 2012년 11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작년엔 71억원으로 늘었다.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0월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가 온라인 쇼핑 영업을 하면 의무휴업일 제한을 하지 않는 내용으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국회 산자위에 계류 중인 이 법안 골자는 현행 유통법이 정한 의무휴업을 피해갈 수 있는 예외 대상에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가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하고 전자상거래나 통신판매를 하는 때를 추가한 것이다. 기존에는 연간 총매출액 중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55% 이상인 대규모 점포, 즉 농협 하나로마트만 해당됐다.

 

대형마트 BIG3인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모두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하면서 고객들이 마트 상품을 주문한 후 집 근처 매장이나 거점 물류센터에서 발송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당일 배송도 가능한 집 근처 매장 배송을 선호하지만 해당 매장이 의무휴업일 경우 선택이 불가능하며 점포 배송만 가능한 지방에 경우에는 아예 구입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종배 의원은 “최근 유통산업 구조가 온라인 쇼핑으로 급격히 넘어간 상황에서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쇼핑 영업까지 제한을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형마트들이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공식자료를 통해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영업·등록제한은 대·중소 유통 균형발전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된 제도”라며 “유통제도상의 역차별에 원인이 있다기 보다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패턴이 변화되고, 물류·배송혁신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일축했다.

 

또 유통업계에서 대표적인 역차별 조항으로 지적하는 영업시간 규제와 관련해서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제한으로,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에 대해서는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며 “실제 다수 대형마트 업체가 규제를 받지 않고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법안에 취지에 맞게 골목상권이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8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무휴업 도입 이전인 2005년부터 2012년에는 전통시장 총 매출액 규모가 27조3000억원에서 20조1000억원으로 7조2000억 원이(26%) 감소했다. 하지만 의무휴업 도입 이후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20조1000억원에서 22조6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12.4%)이 증가해 소폭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의 규제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규제가 아닌 ‘상생’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이마트 노브랜드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다. 지난 2016년 1호점을 연 이후 최근 10호점까지 문을 열었고 노브랜드 입점 이후 전통시장의 매출도 40%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