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항공·물류


'D-2 '대한항공 주총, 조양호 회장 연임 가능할까?

2대 주주 국민연금 행보에 관심 집중
노조·시민사회, 국민·사학·공무원연금에 ‘반대표’ 압박

 

[FETV=김윤섭 기자]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조양호 회장의 등기이사 연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사측은 가장 중요한 안건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참여연대 등이 소액주주 위임장을 확보해 조 회장 연임을 막겠다고 예고해 뜨거운 표 대결이 예상된다.

 

관심사는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다. 참여연대 등 움직임에 동조해 연임 반대표를 던질 경우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증폭될 수 있어 선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3대 연금이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5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달 27일 강서구 본사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이날 논의될 안건의 핵심은 조 회장 연임안으로 특별안건에 해당돼 주총 참석 주주 중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발행주식 수 기준으론 3분의 1 이상 찬성이 있어야 연임이 가능하다.

 

현재 조양호 회장 측 우호지분율은 33.34%다. 이번 주총에 전체 주식의 80%가 참석한다는 것을 가정하면 최소 20% 이상의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은 이번 주총의 초유의 관심사이지만, 최근 계속되는 일가의 ‘갑질’ 파문 및 범죄 혐의로 여론은 싸늘하다. 2014년 조 회장의 첫째 딸 조현아 씨의 일명 ‘땅콩회항’을 시작으로 2018년 둘째 딸 조현민 씨의 ‘물컵갑질’, 부인 이명희 씨의 수행원 폭력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더해 이들 오너 일가가 받고 있느 혐의만 횡령, 배임, 밀수 등 수 가지에 달한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보유 지분율은 11.56%다. 대한항공 최대 주주인 한진칼 보유 지분은 29.96%다.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즉 조 회장 우호지분은 33% 정도다.

 

지분 구조상 국민연금이 참여연대 등에 동조해 반대표를 던지면 조 회장 연임안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안건 통과를 위한 문턱이 워낙 높은 탓에 대한항공 사측이 우리사주조합은 물론 주식을 보유한 직원들에 찬성표를 던지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총을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일단 국민연금이 현정은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 선임안에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기권의사를 내놨다는 점에서 대한항공 경영권 공백 리스크를 자초하는 일에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및 민변 등 움직임에 동조하는 것도 국민 노후자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 역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참여연대 등은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고 있다. 총수일가 갑질 논란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국민연금이 이같은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면 시민단체와 함께 개별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했다는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 고유가 영향에도 비즈니스석 등 부가가치 좌석판매를 늘리는 하이엔드 서비스에 집중하며 유가 리스크를 딛고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늘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고유가 리스크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줄어들긴 했지만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한 덕에 주가도 견고하다. 지난해 상반기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불매운동, 국적기 박탈 청원 등 외부 리스크가 불거졌으나 대한항공 주가는 3만2000∼3만5000원선을 유지했다.

 

반면 국민 노후자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만 10조원가량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공백이 현실화되면 주가 손실 및 사업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우려에도 시민단체 행보에 동조하는 것은 엄격히 따져보면 국민노후 자금 운영 주체인 국민연금이 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결권자문사들도 대부분 대한항공의 반대편에 선 상황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ISS와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연구소 모두 조양호 회장이 여러 가지 위법 혐의를 받고 있는 점을 지적, 이사 재선임 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대한항공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 기준 11.5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지지다. 아직 대한항공 주총 관련 의견을 내지 않은 상태지만, 의결권자문사는 물론 해외 유수의 연기금마저 반대로 가닥을 잡은 만큼 국민연금이 이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대한항공이 막판 총력전을 통해 조양호 회장 연임을 성공시킬지, 시민사회와 기관투자자들을 필두로 한 반대측의 공격이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