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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사막에서 북극까지...오지서 더 빛나는 한국 건설

'60년 노하우'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인프라' 구축 앞장

 

[FETV=김주영 기자]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가 점차 심화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안전과 생존을 위한 건설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 북극의 혹독한 한파, 침수 위협에 처한 도시들까지. 이러한 극한 환경은 인간의 삶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도 엄청난 제약을 가져온다. 그러나 한국 건설업계는 이러한 도전 과제 앞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발휘하며 해결사로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뜨거운 사막 열기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도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삼성물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철도 시스템, 리야드 메트로의 4~6호선을 성공적으로 완공해 지난 1일부터 본격 가동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도시철도를 건설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직경 9.8m에 달하는 터널 굴착 장비(TBM)를 활용해 하루 굴착 길이 세계 기록을 세우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또한 교량 상판을 사전에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교량 상판 일괄 가설 공법(FSLM)을 적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안전성을 높였다. 무인 운전 시스템까지 도입된 이 철도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으로, 중동 지역의 교통 인프라와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혹한과 기온에 취약한 토양 속에서도 꿋꿋한 기술력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북극권은 영하 20도 이하의 기온과 동결·융해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지반으로 인해, 인프라 건설이 가장 까다로운 지역 중 하나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북극권 플랜트 건설 기반 기술은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북극권에 속하는 캐나다의 애서배스카 지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오일샌드 생산지로, 자원의 가치는 막대하지만 이곳 역시 지반의 불안정성이 큰 문제였다. 이에 국내 연구진은 경기 연천 SOC실증연구센터에 북극권 환경을 재현한 시험장을 구축해 지반 다짐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했다.

 

동결과 융해를 고려한 지반 거동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환경 변화에 따른 지반의 압력과 움직임을 예측하고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캐나다 자원개발 기업과 협력해 현지 실증을 앞두고 있으며, 북극권 자원 개발 시장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증명할 중요한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척박한 환경을 넘어 기후 변화에 큰 피해를 입는 지역을 구해내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매년 13cm씩 가라앉는 침하 문제로 인해, 도시 면적의 20%가 침수될 위험에 처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농어촌공사는 새만금 방조제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길이 33km, 높이 20m의 자카르타 대방조제를 설계했다.

 

대방조제는 단순히 바닷물을 막는 역할을 넘어선다. 방조제 건설로 생긴 매립지는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새로운 도시 개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자카르타를 침수 위협에서 구할 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도시 확장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육지를 넘어 해저에서도 데이터 센터 건립 사업도 추진 중이다. GS건설과 포스코가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의 수중 데이터센터로, 바닷물의 자연 냉각 효과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대 70% 절감할 수 있다.

 

손준형 해외건설협회 차장은 한국 건설 기술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ENR(Engineering News-Record) 매거진에서 매년 발표하는 해외 매출 순위에서 한국은 꾸준히 5위를 기록 중인 것을 언급하며 "기술력만 따로 순위를 매길 수는 없지만, ENR의 평가에서 한국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풍부한 시공 경험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팀장은 한국 건설 기술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이유로 오랜 해외 건설 경험을 꼽았다.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한 이래, 한국은 60년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그는 우리나라가 북극권이나 자카르타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개발도상국은 인프라가 절실한데, 한국은 기술력과 사례를 갖췄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기술력 대비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