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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 코로나19에 무너진 '푸르밀' 신준호의 꿈

롯데그룹 독립 15년 푸르밀, 사업 종료
코로나19 직격탄에 길어진 ‘부진의 늪’
지난해 신동환에 위임, 일선에서 물러나

 

[FETV=김수식 기자]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막내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 회장이 피땀으로 일군 푸르밀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푸르밀 대표가 다음달로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되는데다 최근 LG생활건강의 인수마저 불발되면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전 직원을 상대로 정리해고를 통보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푸르밀 전 직원들은 신동환 대표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은 “회사 내부 사정으로 다음달 30일 부로 우유 사업을 종료한다”는 내용이다. 또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공지됐다.

 

신 대표의 부친 신 회장이 푸르밀을 롯데그룹과 결별하고 독립경영을 시작한지 15년만의 일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967년부터 40여년 이상을 롯데그룹에 몸담았다. 1996년까지 롯데제과 전무를 시작으로 롯데건설 대표이사, 롯데그룹 부회장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 그룹의 요직을 맡았다.

 

이뿐 아니다. 신 회장은 부산과 롯데의 상징인 롯데자이언츠의 구단주를 맡기도 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2006년까지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인 롯데햄·우유의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렇듯 신 회장은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신임을 한 몸에 받았고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이처럼 우애가 두텁던 '신격호-준호' 형제 사이는 1996년에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신 회장은 서울 양평동의 롯데제과 부지를 둘러싸고 형인 신격호 회장과 다퉜다. 여기서 패한 신 회장은 롯데그룹 요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1997년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푸르밀의 전신인 롯데우유 지분 45%를 받으면서 경영이 롯데우유로 한정되는 등 활동무대가 축소됐다.

 

한 번 틀어진 사이는 다시 맞추기 힘들었다. 신 회장은 2007년 롯데우유를 그룹에서 분사시킨 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면서 그룹에서 독립했다. 출발은 센세이션했고, 성과도 좋았다. 가나초코우유, 비피더스 등 주력 제품을 앞세워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2년만 해도 매출액이 3132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에 접어들면서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7년엔 매출이 2575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푸르밀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를 맞은 것이다. 창업주인 신 회장도 올해 초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새로운 푸르밀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 또한 길게 가지 못했다.

 

신 대표 취임 후에도 푸르밀의 실적부진은 멈추지 않았다. 경영실적은 코로나19 이후에는 더욱 뒷걸음질 쳤다. 푸르밀의 매출은 ▲2018년 2301억원 ▲2019년 2046억원 ▲2020년 1878억원 ▲2021년 18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업이익도 2018년 15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을 나타냈다.

 

그나마 지난 5월 LG생활건강이 음료 사업군 강화 차원에서 푸르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숨통이 트이나 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의 푸르밀 인수 프로젝트는 최종 불발됐다. 지난 9월 LG생활건강은 “음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푸르밀에 대한 인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결국 신 대표는 오는 11월 30일 푸르밀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신 회장의 15년 꿈이 코로나19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막을 내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