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루트 “기업 8% 무급휴가·급여삭감”
‘꿈의직장’ 에쓰오일 창사 후 첫 희망퇴직 검토
롯데하이마트는 희망퇴직 접수 시작
백화점·면세점 등 유통업계 단축영업 ↑
[FETV=김윤섭 기자] #1. "코로나19가 IMF보다 더 무섭네요. 아예 식당에 손님 자체가 없어요. 주변 가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한달 가까이 버텼지만 이젠 자신이 없네요. 가게 임대료도 낼 형편이 아니어서 당분간 휴업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명동 A식당 B사장의 말)
#2. "TV뉴스에서 임금 반납이나 임금삭감한다는 다른 회사 얘기 나올때 실감 못했는데 우리회사도 명예퇴직 신청서를 받는다고 하니 정말 걱정이 태산입니다.명예퇴직 얘기는 IMF 때도 없었던 건데... 코로노19가 이렇게 무서울 줄은 정말 몰랐어요." (대기업 C사 근로자 D씨의 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가 50일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사회의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희망퇴직, 단축영업 등 직장인들의 직접적 경제적 피해도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들의 코로나19 대처 조치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1%는 무급휴가를 부여했다.
급여를 삭감했다는 기업은 1.9%로 집계됐다. 유급휴가를 부여했다는 기업은 5.8%로 무급휴가보다 적었다. 유급휴가(휴업수당)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 임금의 70% 이상 지급하는 것으로 최대 30% 삭감되는 효과가 있다. 무급휴가 기간은 2주(25.0%)가 가장 많았으며 1주(23.8%), 3주(8.8%) 가 뒤를 이었다.
복귀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27.5%로 집계됐다. 복귀시기 미정 기업은 대기업(7.1%)보다 중견기업(35.7%)과 중소기업(34.1%) 비중이 높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ㆍ숙박 업종의 무급휴가와 급여삭감 비율은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이 업종의 무급휴가 비율은 20.7%, 급여삭감 비율은 6.9%로 집계됐다. 기업 10곳 중 3곳(29.8%)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항공사 정유사 등 산업현장 임금 삭감 등 비상경영 불가피=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지난 2일 급여 반납 적용 대상과 비율을 확대하고 5월까지 시행하는 무급휴직을 3월에 집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3월 급여 반납 비율은 사장 100%, 임원 50%, 조직장 30%다.
이는 지난달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이후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금지 국가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며 기존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탑승객 감소와 운항편수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별 입국 제한·금지 조치로 인한 불확실성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에는 베트남 당국이 갑작스럽게 한국발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을 불허하면서 이미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도중에 회항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희망퇴직을 받는 기업들도 들어나고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사 이후 높은 연봉과 복지로 인해 ‘꿈의직장’으로 불렸던 만큼 업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에쓰오일의 평균 근속연수는 17년으로 다른 정유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길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을 신청시 퇴직금을 비롯해 최대 60개월치 기본급과 학자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회사가 희망퇴직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명예퇴직 설명회가 아니었고, 인사제도와 관련한 설명회였다. 시기와 범위, 방법 등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희망퇴직 검토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9.8% 감소한 449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의 약 78%를 차지하는 정유사업 부문이 적자전환하면서 타격이 컸다. 또 정제마진 악화 등의 영향으로 정유사업 부문에서 253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유통가 단축 영업 이어 희망퇴직 착수=‘유통공룡’ 롯데에서도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롯데하이마트는 9일부터 16일까지 25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대상자 대부분은 현장 근무 직원으로 80여명 수준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희망퇴직을 하는 직원에게는 법정 퇴직금과 희망퇴직 위로금, 창업·재취업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1% 급감했고 매출도 2.1% 감소했다. 2019년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9%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실적 악화에 올해 매출이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 11개를 폐점하고 21개 매장은 통폐합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번 희망퇴직도 실적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롯데하이마트의 이런 결정이 롯데쇼핑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롯데쇼핑이 롯데마트 등 매장 200곳을 폐쇄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측은 정리되는 매장 인력은 다른 점포로 재배치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일정 부분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단축영업을 결정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방문객 감소로 인한 어려움과 코로나19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다.
스타벅스는 대구·경북 지역 내 매장 74곳 중 39을 오는 22일까지 임시 휴점한다. 해당 매장은 대구동천점과 대구삼성화재점, 대구수목원점, 동성로중앙점 등 총 39곳이다. 스타필드도 지난 5일부터 단축영업에 돌입했다. 스타필드(하남·코엑스몰·고양)와 스타필드 시티(위례·부천·명지)는 오전 10시~오후 10시였던 영업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2시간 단축한다.
스타필드는 영업시간이 단축된 만큼 매장내 방역 관리를 강화하고, 입점 매장 운영 지원에 한층 더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책의 일환으로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전환 시까지 일정기간 영업시간을 단축해 매장 방역과 운영 지원에 힘쓰고자 이같이 결정했다”며,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며 추후 입점 매장 지원책 등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업계도 단축영업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7일부터 전국 51개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의 영업시간을 30분∼1시간30분 단축한다. 백화점 매장은 주중에 오전 10시30분에 문을 열어 저녁 8시에 폐점했지만, 7일부터는 오전 11시에 열고 저녁 7시에 닫는 것으로 조정했다.
주말에는 10시30분에 개점해 저녁 8시30분까지 영업을 해왔지만 이를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하는 것으로 1시간 단축한다. 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의 경우 주말 폐점 시간만 30분 단축해 10시30분부터 8시까지 영업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12개 점포의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대구점의 경우 폐점 시간을 기존 8시에서 6시로 당겼고 광주와 김해, 마산, 충청점은 주말 폐점 시간을 30분 단축했다. 본점과 강남점, 센텀시티점, 경기점, 영등포점, 의정부점은 식당가 영업시간만 평일에는 1시간, 주말에는 1시간30분 단축했다. 하남점은 기존에는 주중에 9시까지 문을 열었지만, 폐점 시간을 1시간 당겼다.
현대백화점은 6일부터 대구점을 제외한 14개 매장의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했다. 대구점은 주중에는 2시간30분, 주말에는 3시간 영업시간을 줄였다. 현대아울렛도 점포별로 영업시간을 적게는 30분, 많게는 3시간30분까지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면세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4일부터 명동본점, 월드타워점, 코엑스점, 부산점, 제주점 등 시내면세점의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신세계면세점도 지난 4일부터 명동점, 강남점, 부산점 영업시간을 단축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3곳의 영업시간을 2시간씩 추가 단축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 역시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8시 30분에서 3시간 줄여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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