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만 1.2조에 일반분양 비율 200% 넘는 ‘알짜’ 사업지
삼성물산, 카톡 채널 열고 홍보전…“독보적 랜드마크 약속”
유니폼 갖춰 입은 현대건설, 울산서 첫 하이엔드 브랜드 제안
[FETV=김진태 기자] "삼성물산의 래미안이냐, 현대건설의 디에이치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울산광역시에서 B-0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놓고 진검승부를 펼친다. 울산 B-04구역의 경우 공사비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등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지역인 가운데 건설업계 라이벌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진 것.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양사는 일찌감치 홍보인력을 확보하고 B-04 사업장 인근에 홍보성 플랜카드를 설치하는 등 재개발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홍보전을 개시했다. 이들은 또 재개발 조합원을 겨냥한 물밑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울산 B-04 재개발 사업 수주권을 둘러싸고 펼쳐질 '래미안’과 ‘디에이치’간 브랜드 경쟁이 벌써부터 주목받는 이유다.
◆일반분양 비율 높아 사업성 좋아…우수한 입지 탓에 랜드마크 잇점도=2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 조합(이하 B-04구역 조합)에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B-04구역 조합은 다음 달 2일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건설사들을 상대로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8월 31일 본입찰을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B-04구역 조합은 지난달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놓고 갈등을 빚던 기존 시공사 GS·롯데건설과 계약을 해지했다. 삼성물산은 울산 중구 B04 재개발 사업지의 시공사 해지가 결정된 이후 곧바로 수주전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사업지의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울산 중구 B04 재개발은 우정동 일대를 재개발해 아파트 4081가구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로 공사비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울산 재개발 최대어인 셈이다. 조합원 물량(1168가구)을 제외한 일반분양이 2800여 가구에 이른다는 점도 사업성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중 하나다. 비율로 보면 조합원 대비 일반분양 비율은 239.7%에 달한다.
통상 도시정비사업에서 일반분양 비율은 50%를 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의 알짜 사업지로 유명한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의 일반분양 비율은 한남2구역(43%), 한남3구역(27%), 한남4구역(75%), 한남5구역(41%) 등 한남4구역을 제외하면 모두 50%를 밑돌았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과 2위에 이름을 올린 현대건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울산 중구 B04 재개발 사업지가 울산 중심부에 있고 대단지라는 점에서 랜드마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장점으로 꼽힌다.
◆치열한 물밑 경쟁…수주 성공시 브랜드 가치 제고=해당 사업지의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물산은 최근 카카오톡 채널 ‘울산중구 B-04 톡톡 래미안’을 개설하고 브랜드 홍보를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이 민간 재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2010년 가재울5구역 재개발 이후 12년 만이다.
삼성물산이 그동안 도시정비사업에서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 온 만큼 수익성이 보장된 이번 사업장을 주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뿡 아니라 경쟁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없어 출혈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삼성물산이 수주에 나선 이유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정비사업에서 과도한 경쟁을 피하는 선별적 수주 전략을 펼쳐 왔다.
현대건설 역시 조합에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제안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광역시에서 디에이치를 적용하는 건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과 광주 광천동 재개발에 이어 세 번째다.
현대건설은 앞서 서울 강남과 한강변에 적용하던 디에이치의 적용 범위를 6개 광역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전·광주 사업지 모두 각 지역의 핵심 입지로 공사비가 각각 1조원 규모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중요 거점인 울산 도심 내 대형 주택 사업이라는 점도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공사비가 1조원이 넘는 만큼 이번 수주전이 두 건설사의 도시정비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경우 올해 도시정비사업 2건을 따내며 신규 누적 수주액이 817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9117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하지만 1위 현대건설(6조9544억원)과 GS건설(3조2107억원), 롯데건설(2조7406억원) 등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2조 클럽’ 가입은 물론 하반기 하반기 실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현재 7조원에 육박하는 수주고를 올린 만큼 이번 사업지를 확보할 경우 2015년 GS건설이 세운 도시정비 최고 수주기록(8조100억원) 고지를 넘볼 수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장에선 수의계약이 늘어나는 등 경쟁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가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맞붙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며 “국내 최고 건설사 간 자존심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물산은 래미안을 앞세워 수주전에서 성공하게 된다면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꺾고 브랜드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회가 된다”며 “현대건설의 경우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의 삼성물산을 제친다면 디에이치의 브랜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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