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장외에서 몸값 8조원 넘어…“10조 부담스러운 수준 아니다”
시공순위 세 손가락 꼽는 건설사와 실적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최대 3배
구주매출 비중 높아 흥행요소 걸림돌…1600만 주 중 75%가 구주로 구성
[FETV=김진태 기자] 오는 2월 15일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가 예고된 가운데 증권업계가 현대엔지니어링 몸값을 10조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엔지니어링을 둘러싸고 몸값 10조 클럽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외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8조원 상당으로 평가하는데다 최근 견조한 실적과 ESG 경영활동 효과 등 각 부문에서 긍정적 시그널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대엔지니어링보다 시공 순위가 높고 실적이 좋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의 몸값도 5조원이 채 되지 않아 정말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이 10조원을 이룰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 구주 매출 비중이 높은 것도 기업가치 10조원 전망에 대해 부정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10조 몸값을 이룰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거 현대건설에 합병되고 지금은 셋방살이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그간의 설움을 털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기업공개 절차 본격화…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 최소 4조6300억원=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25~26일 이틀간 기업공개를 위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것.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수요예측 경쟁률과 확정 공모가를 공시할 예정이다. 최종 공모가는 5만7900∼7만5700원 수준으로 결정된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조6300억~6조525억원이다. 이는 맏형격인 현대건설의 시총(4조4888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일단 증권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 10조원에 대해 긍정적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조6300억~6조525억원 사이지만, 상장 이후 실적 성장과 신사업 확대로 10조원 상당의 기업가치를 이룬다는 것.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 10조원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며 “상장 이후 실적 성장과 신사업 확대를 통한 점진적 기업가치 극대화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시총은 현대건설(4조4888억원)과 GS건설(3조3077억원) 등을 합친 것보다 높은 금액이다. 국내 시공순위 1위인 삼성물산의 시총 19조9700억원보다는 낮지만, 업계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우세를 점치는 곳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건설·패션·상사·리조트 등 4개 부문이 합쳐진 기업이기 때문이다. 단순비교로 삼성물산 건설부문만 시총을 매겨본다면 6조3904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 비중을 토대로 산출한 수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021년 매출 비중은 32.2%다.
◆합병과 셋방살이까지…그간의 설움 날려버릴까=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주식이 8조원이 넘는다는 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10조 몸값 설을 뒷받침한다. 실제 장외주식시스템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주가는 10만7500원으로 총 발행주식은 7595만3410주다. 합산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주가 총액은 8조1649억원에 이른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실적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2020년 매출액은 7조1884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올랐다. 2021년 3분기 말 기준 신규 수주는 10조1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6%(6조9233억원)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27조7800억원로 2020년 말 매출 기준 4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것도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공모에서 확보한 자금으로 차세대 초소형원자로, 이산화탄소 자원화, 폐플라스틱 및 암모니아 활용 청정수소 생산, 폐기물 소각 및 매립 등 6가지 신사업에 투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사업의 목표 매출 발생시기를 2023년으로 보고 있다. 2025년에는 신사업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를 통해 몸값 10조를 이룬다면 그간의 설움도 깨끗이 날려버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974년 현대건설 기술사업부가 확대 재편해 만들어진 현대건설의 자회사로 1999년 IMF 시절 현대건설과 한 차례 합병한 바 있다. 이후 2년 뒤 다시 분사해 지금의 현대엔지니어링이 세워졌다. 하지만 지난 2011년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인수경쟁 당시 현대그룹에 의해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될 뻔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재는 서울시 종로구 인근에 있는 현대건설 사옥에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몸값 10조원 무리…실적 부족에 구주매출 비중 높아=반론도 제기된다. 한마디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지 10조원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과대 평가라는 지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보다 시공 순위가 높고 건설실적이 좋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시총이 5조원을 밑돌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치는 실적을 따라가는 만큼 실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시총을 넘어서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2020년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은 7조1884억원으로 현대건설, GS건설의 매출보다 각각 2조5940억원, 2조9345억원 적다. 현대건설, GS건설의 2020년 매출은 각기 9조7824억원, 10조12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열세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2020년 영업이익은 각각 2902억원, 7503억원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2587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비교하면 차이는 명확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은 11조6520억원, 영업이익은 5310억원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과 영업이익보다 각각 4조4636억원, 2723억원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1위는 삼성물산, 2위는 현대건설, 3위는 GS건설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순위 6위에 올라있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것도 공모 흥행에 걸림돌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물량 1600만중 75%에 이르는 1200만주가 기존 주주의 지분을 팔아야 하는 구주로 구성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34만1962주로 전체 구주의 45%가량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은 142만936주를 내놓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구주매출 1200만주(75%) 중 400만주(25%)를 신주로 모집한다. 이를 고려하면 정의선 회장이 상장과 즉시 손에 쥐는 자금은 최대 4000억원 가량이다. 반면, 공모가가 상단에서 확정되더라도 회사에 신규 유입되는 자금은 3028억원에 그친다.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공모가를 발표한다. 오는 2월 3,4일 일반 공모청약을 거쳐 15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공동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며,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이 인수회사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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