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1949년부터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의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가 최근 유례없는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단순한 지분 싸움에서 벗어나 사모펀드의 등판과 거버넌스 개편, 주주환원책을 둘러싼 법적 공방까지 더해지며 한국 자본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ETV는 이번 분쟁의 기원부터 최근 이슈까지 심층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
[FETV=이신형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오는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주도권과 정관 변경 등을 둘러싼 표 대결에 돌입한다. 창업 이후 2026년까지 76년간 이어진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의 동업 구조가 종지부를 향해 달려가는 현 상황 속 이번 주총은 이후 경영 체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협력 관계는 1949년 공동 창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고려아연 설립을 거치며 영풍은 최대주주로, 고려아연은 경영 주체로 역할을 나누는 구조가 자리 잡았고 양사는 수십 년간 안정적인 동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 균형은 오너 3세 경영 체제 전환 이후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양사의 균열을 오너 3세인 최윤범 회장 체제 전환 이후 본격화됐다. 2022년 고려아연 회장 자리에 취임한 최윤범 회장은 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 이차전지소재 사업 등을 축으로 한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추진하며 사업 방향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투자와 외부 자금 조달이 병행되면서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 측과 전략 인식 차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한화 계열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와 한화·LG화학과의 자사주 맞교환, 2023년 현대차그룹 해외계열사(HMG글로벌)의 지분 투자 등이 이어지면서 갈등은 지분 구조 문제로 확산됐다. 영풍 측은 이러한 거래가 기존 주주 지분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반발했고 고려아연은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양측의 충돌은 2024년 3월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표면화됐다. 배당과 신주발행 관련 정관 변경 안건을 둘러싸고 표 대결이 벌어졌으며 결과 해석을 두고 양측의 평가가 엇갈리면서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채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같은 해 9월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으면서 분쟁은 결정적 전환점을 맞았다. 가문 간 경영 갈등이 금융 자본이 개입한 지배권 경쟁과 법적 다툼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후 2024년 말~2025년의 기간동안 공개매수와 대항 공개매수, 의결권 제한을 둘러싼 가처분 소송, 신주 발행과 미국 제련소 투자 논쟁 등 여러 갈등이 이어지며 양측은 법원과 자본시장을 오가는 전면전에 돌입해왔다.
이제 시선은 다가오는 2026년 주주총회로 향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환원, 집행임원제 도입 여부, 주주총회 의장 변경, 집중투표 방식 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전반을 재설계할 수 있는 여러 안건들이 상정됐다. 특히 임기 만료 이사 6명의 후임 선임 결과에 따라 이사회 권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 사실상 경영권 향방을 가르는 표결로 평가된다.
결국 양사의 의견과 이번 주총 공시를 종합하면 고려아연은 배당 확대와 임의적립금 전환안을 앞세워 현 경영 체제의 연속성과 주주환원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영풍·MBK 연합은 집행임원제 도입과 이사회 운영 방식 변경 등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통제 구조 재설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승부의 열쇠는 중립 지분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약 7~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판단이 지난 주주총회와 마찬가지로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76년 동업 체제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권력 균형이 형성될지 경영권 분쟁이 현 상태와 같은 국면으로 지속될지 이번 주총 결과에 자본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