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또다시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케이뱅크는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주식시장 부진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현재 진행 중인 IPO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케이뱅크의 결정을 바라보는 BC카드의 마음은 편치 않다. BC카드는 2021년 케이뱅크 유상증자 당시 맺은 계약에 따라 케이뱅크가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약 7000억원에 달하는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BC카드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8일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IPO를 연기하고 향후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당분간 외형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가파른 고객 및 여수신 성장세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향후 주식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IPO 재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2022년부터 세 차례 상장을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주된 이유는 투자심리 위축, 기관 수요 예측 부진 등이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고평가된 기업가치 ▲높은 구주매출 물량 등이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당시 최대 5조원을 목표 기업가치로 제시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주가순자산비율(PBR) 방식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PBR은 주가를 장부가치로 나눈 값으로 금융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사용된다.
케이뱅크는 비교그룹으로 카카오뱅크, 일본 SBI스미신넷뱅크, 미국 뱅코프를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PBR 2.56배를 케이뱅크의 작년 상반기 말 자본총계(1조9556억원)에 적용한 뒤 공모자금 유입액을 더해 적정 시가총액을 5조4049억원으로 산정했다.
구주매출이란 IPO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구주)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투자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신주 모집과는 달리 기존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케이뱅크 향후 상장 재추진 여부는 BC카드와 FI 모두에게 중대한 변수다. BC카드는 케이뱅크 상장 여부에 따라 FI 지분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는 만큼 그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BC카드는 2021년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을 위해 총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흥행을 위해 FI들에 케이뱅크 주식에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 얼롱)과 콜옵션을 부여한 바 있다. 케이뱅크가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하거나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FI는 BC카드에게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하면 BC카드는 기존 주주들과 함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케이뱅크가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더라도 FI들이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3년 11월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FI 측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사례에서 비롯된 관측이다. 이에 따라 FI들이 기존 IPO 약정을 연장하는 등 계약 조건 재수정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FI들의 지분을 매입해 줄 여건이 안되거나, 제3자 매각이 어려울 경우 FI들이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다"라며 "다만 계약이 연장될 시에는 초기 계약 조건보다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