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주주총회 D-데이···회장직 부활 두고 시끌

등록 2024.03.15 09:57:46 수정 2024.03.15 09:57:57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서 제 101기 정기주주총회 개최
정관변경 통해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일각 “회사 사유화”
회장직, 고 유일한 박사·연만희 전 고문 유일···28년만 부활

[FETV=박지수 기자] 유한양행이 15일 정기 주주총회 행사장이 시끌벅적하다. 이날 주총에서 회장·부회장 직위(직급)를 신설하는 안건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이 회장·부회장 직위을 만드는 건 지난 1995년 이후 28년여 만이다. 회사측은 회장·부회장 직위 부활은 회사 규모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인 반면 일부 소액주주들이 특정 임원의 지배력을 강화할 경우 회사가 사유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유한양행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에서 제 101기 정기 주주총회를 시작했다. 이번 주총 주요 안건은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등 이사 5명 선임과 정관 개정을 통한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이다. 또 대표이사 사장은 대표이사로 변경해 추후 대표이사 사장이나 대표이사 회장 또는 부회장이 대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일부 임직원들은 특정인이 회장직까지 차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서 특정인은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으로 일부 임직원들은 특정인 지배력을 강화해 기업을 사유화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1978년 공채로 입사한 이 의장은 유한양행에서 영업·유통·마케팅·경영관리 부서를 거쳐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 의장은 유한양행 최대주주(15.92%)인 유한재단 이사도 겸하고 있다.

 

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오는 2026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그간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유지를 받들어 따로 회장직을 두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유한양행에서 회장직에 올랐던 인물은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와 연만희 전 유한양행 고문 단 2명뿐이다. 연 전 고문이 지난 1995년을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28년간 유한양행에서 회장 직함을 단 사람은 없었다. 이후 유한양행 최고경영자(CEO)는 사장 체제로 유지돼 왔다.

 

앞서 유박사는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일념으로 1939년 대한민국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채택했으며, 1971년 3월11일 작고할 때까지 기업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공익법인 유한재단을 설립하는 등 모범적인 기업활동과 사회환원 정신을 실천한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그동안 유한재단과 회사,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진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잘 이뤄져 왔다. 공익 재단인 유한재단을 최대 주주(15.92%)로 만들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것도 이 같은 취지다.  

 

현재 유한양행 정관상 가장 높은 직급은 사장이다. 유한양행에서 사장으로 불리는 인물은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과 김열홍 총괄 연구개발(R&D) 사장 2명이다.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 3년에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며 최대 6년간 최고경영자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동안은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서 퇴임할 때 이사회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권력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의장은 2021년 사장에서 퇴임한 후에도 이사회에 남았다.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는 별도 규정이 생기자 의장까지 맡아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 의장의 기타 비상무이사 재선임 안건도 올라간 상황이다. 

 

유한양행은 특정인 회장 선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유한양행 측은 “회사 목표인 글로벌 50대 제약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직급 유연화 조치를 한 것”이라며 “일부 거론되고 있는 특정인의 회장 선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글로벌 50대 제약사를 목표로 외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부사장이 6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현재 부사장은 이병만 경영지원본부장, 이영래 생산본부장, 오세웅 중앙연구소장, 임효영 임상의학본부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 이영미 R&BD본부장이 있다.

 

유한양행 측은 회장직 신설에 대해 “현재 ‘대표이사사장’으로 정관상 표기되어 있는 것을 표준정관에 맞게 ‘대표이사’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금번 정관 변경 목적은 사업의 목적추가, 공고방법 변경 등 다양한 조항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이기에, 직제 신설 또한 미래 지향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한양행이 이번 정관 개정 목적에 대해 △회사 양적· 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 △외부 인재 영입 시 현 직급대비 차상위 직급을 요구하는 경우 △우수한 외부인재 영입 목적 등 크게 3가지라고 밝혔다.



박지수 기자 kjh_562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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