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144/art_16989707931412_1aedd3.jpg)
[FETV=김창수 기자] 3분기 성적표 공개를 마친 삼성전자에 재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영업이익을 대폭 회복하며 투자·생산 확대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여전히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결국 이 회장 운신을 위해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합리적 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67조4047억원, 영업이익 2조4336억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하지만 올들어 처음 조(兆) 단위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이 긍정적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사업 부문 적자가 3조7500억원에 달하는 등 글로벌 하향 사이클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반도체 경기가 불황을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회사는 수요 증가에 대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능력 확장, 대규모 시설 투자로 승부수를 띄웠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내년 HBM 공급량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늘리겠다”며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를 3분기 양산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5세대 ‘HBM3E’를 양산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 기조도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36조 7000억원 규모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4분기까지 연간 역대 최대 규모인 53조 7000억원을 투자한다.
회복 신호탄을 쏘아올린 실적 지표에 비해 ‘회장님’ 앞날은 아직 안갯속이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재판은 오는 17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해당 사건으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된 이후 약 3년 2개월 만이다.
이날 검찰은 이 회장 외 피고인 14명 구형량과 양형 사유를 밝히게 된다. 이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 사법 처리 부담을 덜고 경영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심 이후 검찰이나 이 회장 측이 항소해 2심, 3심(대법원 상고심)까지 갈 경우 앞으로 수 년간 송사를 다퉈야 한다.
한편 이 회장이 앞서 강조한 ‘준법 경영’ 의지가 준법위를 통해 얼마만큼 이행되느냐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2기가 출범한 준법위는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삼성화재 등 7개 주요 계열사 준법 의무 이행을 점검하는 기구다.
준법위 최우선 과제로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 제시가 꼽힌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오너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 삼성물산 지분은 올 상반기 기준 17.97%에 달하지만 삼성전자 지분율은 1.63%이다.
이 회장에 평소에 조직(거버넌스) 체제 재편 의지를 강조해 온 점, 삼성이 최근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점 등도 결국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이사회 독립성 강화, 경영 투명성 제고 등도 삼성과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 공판이 3년 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으나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준법위의 지배구조 개선이 늦어지고 있는 점은 그룹 차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