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ABL생명 본사. [사진 ABL생명]](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730/art_16587946789172_912db8.jpg)
[FETV=장기영 기자] 내년 새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 최대 3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한 ABL생명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지난달 16일 이사회에서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이후 한 달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정확한 발행 시기와 규모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ABL생명이 후순위채 발행을 머뭇거리는 것은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Big step)’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1.75%에서 2.25%로 인상돼 7년여만에 2%대로 복귀했다.
당초 ABL생명은 2023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제도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해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K-ICS가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ABL생명의 현행 재무건전성 지표인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올해 3월 말 191.8%로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말 232%과 비교하면 4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RBC비율은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이다. ‘보험업법’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보험사들은 올 들어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발생으로 RBC비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ABL생명은 금융당국의 RBC비율 하락 완충 방안을 적용한 6월 말 이후 RBC비율 추이에 따라 후순위채 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잉여액을 RBC비율 산출 시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완충 방안을 발표했다.
자산을 시가,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는 현행 RBC 제도 하에서는 금리 상승 시 채권평가손실만 가용자본 감소로 반영해 RBC비율이 하락한다. 반면, 이번 방안을 적용할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실질 보험부채 감소분도 가용자본 증가로 반영돼 RBC비율 하락을 완충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들은 LAT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에 가산할 수 있다. 금리 하락기에 보험부채 증가분인 LAT 추가 적립액의 40%가 가용자본에서 차감되는 점을 고려했다.
ABL생명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생 시기와 규모는 계속해서 검토 중”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