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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 떠나는 공모펀드 매니저·애널리스트들

상품 성장성 떨어지자 운용인력 처우 악화…'줄퇴사'로 이어져
시장 트렌드 변화에 따른 현상..."직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FETV=성우창 기자] "아 옛날이여"

 

사모펀드에 밀린 공모펀드의 성장이 정체를 겪으면서 운용인력인 펀드매니저 수가 줄어들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말 기준 전체 공모펀드 순자산 규모는 31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조원 커졌지만, 펀드매니저 수는 737명으로 17명 줄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는 435조원에서 495조원으로 60조원 커졌다. 공모펀드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차이는 더욱 크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사모펀드는 250조에서 442조원까지 커졌지만, 공모펀드는 212조에서 275조까지 커지는데 그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지난해부터 증시 호황에 따른 주식투자유행으로 직접투자를 시작하는 개인투자자들가 많아지자 간접투자상품인 공모펀드의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간접투자를 선택하는 투자자들도 사모펀드 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 상품을 더 선호한다. 따라서 자산운용업계에서도 공모펀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펀드매니저들의 처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공모펀드 상품의 수익성이 떨어지니 운용역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가 줄었다. 펀드매니저의 대졸 신입사원 초봉도 4000만~5000만원 선으로 20년 전과 똑같은 수준이다. 개인 주식투자도 금지돼 있어 자산을 불릴 수단까지 막혔다. 전체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여의도 금융맨' 과 거리가 있다.

 

실제 펀드매니저 인력 유출 현상은 통계치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펀드 상품 수는 줄어드는데 주 운용역은 잘 바뀌지 않다보니 주니어들의 줄퇴사도 그치지 않는다. 사모펀드 등 다른 상품 분야로 이직하는 분위기다. 업계 취업준비생들은 투자은행(IB), 대체투자, 벤처캐피탈(VC) 쪽을 더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4년차 펀드매니저는 "직접투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면 공모펀드 시장 입지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이미 몇 해에 걸친 업계 이슈이기도 하다"며 "새로운 인기 공모펀드 상품이 나타나는 등 모종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펀드매니저의 입지가 좁아지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수요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숫자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증권사 전체 애널리스트들(25일 기준)의 수는 1042명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010년대부터 호황기를 맞았다. 과거 펀드매니저와 증권사간 거래의 핵심은 브로커들의 개인영업이었지만, 2010년대부터 운용사와 운용기금 등의 감사가 강화되고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 및 브리핑 중심으로 운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모펀드 시장 정체되면서 그 여파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증권사로서도 수익성이 떨어진 애널리스트들을 더는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어 채용을 줄이거나, 다른 역할을 맡기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는 랩 운용을 할 때 애널리스트들을 자문역으로 활용한다. 또다른 증권사의 경우 애널리스트들이 속한 리서치센터를 제조업체의 연구소처럼 운영해 신입사원이 오면 교육을 시키는 등 역할을 다각화하기도 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공모펀드 규모는 커졌지만 회전율이 줄면서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의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다만 트렌드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추세로 보이며, 이들 직종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