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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Why] LS전선, 구리가격 고공행진에도 신바람난 까닭은?

구리 가격, 4개월 만에 1만 달러 넘어…최고점 돌파 초읽기
中 수요 위축 우려에도...친환경 정책 확대로 구리 수요 ↑
전기차·풍력발전시대 개막…LS전선, 친환경 에너지 특수 기대

[FETV=김현호 기자] 구리 가격이 다시 뛰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구리가격 고공행진은 경기 인프라발(發) 수요 확대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5월의 배경과는 사뭇 다르다. 원자재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중국의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최근 중국은 부동산 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파산 위기와 전력난에 따른 공장 가동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구리 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재다.  

 

이같은 중국발(發) 수요 위축에도 불구하고 구리 시세는 강세다. 구리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친환경 산업의 비중 확대에 따른 결과라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탄소중립’ 시대가 앞당겨지는 만큼 대체에너지 발굴이 시급한데 구리가 신재생 에너지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풍력 등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에너지 생산에 사용돼 시장 규모도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리를 원자재로 사용하는 전선도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전선 제조업체 입장에선 가격 부담이 있지만 전방산업의 사용량 확대로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국내 전력케이블 대표 기업인 LS전선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고된 상태다. LS전선은 생활 및 산업용 전력을 송수신하기 위해 각종 전력·통신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구리값, 中 경기 위축에도...1만 달러 돌파=구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이달 15일, 구리 가격은 톤당 1만555달러를 기록했다. 두 달 만에 2000달러 가량 오른 것으로 다시 1만 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구리는 역대 최고가를 달성한 지난 5월10일(톤당 1만724.5달러) 이후 역사적 고점을 형성한 상태다. 중국의 경기 위축에도 가격 강세가 꺾이지 않는 것이다.

 

구리값이 사상 최고가를 올렸던 이유는 전세계 구리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 회복을 위해 구리가 많이 사용되는 전선 수요가 높아지자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던 것이다. 글로벌 경기부양책도 쏟아지면서 구리 주문이 늘어나자 당시 LME의 구리 재고량은 한달 만에 5만톤이 감소했다. 또 최대 공급 국가인 칠레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폐쇄와 노조의 파업까지 겹치자 가격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중국이 재고 조정을 이유로 수입량을 줄이자 8월19일에는 고점 이후 18% 감소해 톤당 8775.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구리는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중국의 경기 위축에도 가격이 다시 한번 뛰고 있다. 최근 중국은 헝다사태와 대규모 전력난이라는 악재가 겹친 상태다. 중국의 2위 부동산기업인 헝다는 1300여개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산당이 레버리지 규제와 공동부유 정책을 추진하면서 파산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전력난은 글로벌 생산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산업 경기를 위축시켰다. 중국은 전체 발전량 가운데 6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지만 사용량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친환경 정책을 통한 탄소중립과 내년 동계올림픽을 위한 대기질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석탄 사용이 줄어들자 거리의 신호등과 가로등이 꺼지고 제조업 공장도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세계 주요 투자은행(IB)은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없어선 안되는 구리...에너지 전환에 “수요 급증”=구리는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가격과 재고량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주 구리값은 1만 달러가 넘었지만 재고량은 18만1000여톤에 그쳤다. 올해 재고량이 가장 많았던 8월23일(25만4800톤)과 비교하면 27% 감소한 것이다. 중국의 경기 위축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LME의 재고량은 평소 대비 10% 내외로 낮아졌는데 이는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작용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한 것 같다”며 “중국의 전기동 생산이 줄어들어 생산량 위축이 우려돼 가격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에 따라 글로벌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은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화력발전을 중단하며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기존 에너지원이던 석탄, 석유 등의 사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만큼 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이다.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전기차와 전력 생산을 위한 태양광, 풍력 등의 개발 비중이 높아지는 점이 대표적이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구리는 주요 산업의 기초소재 역할을 하고 있어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재료로 평가된다.

 

구리는 전선 제조원가에 60%에 달하며 전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만 고려해도 배터리팩, 트랜지스터, 인버터 등 다양한 부품에 필요해 사용량은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4배 이상 증가한다. 전선의 주요 원자재인 만큼 전기 사용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산업에 쓰일 수밖에 없고 친환경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어 구리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구리를 새로운 석유로 평가하며 “구리 없이 탈(脫)탄소는 있을 수 없고 에너지 전환으로 수요는 2030년까지 약 60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망은 정상화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50%를 책임지는 칠레와 페루는 지난 4~5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생산량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6~7000명을 넘나드는 확진자수는 최근 세자릿수로 감소했다. 진종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광산 노조의 파업 이슈가 잔존하지만 구리 생산은 올해 코로나19 이전까지 정상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잇따른 구리 수요 확산에...LS전선 ‘방긋’=친환경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전선을 제조하는 LS전선에도 특수가 기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SDS)를 통해 2025년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7000만대로 성장하고 2030년에는 2억3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전기차 점유율이 3%인 점을 고려하면 12%까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현재 LS전선은 자회사인 LS EV코리아를 통해 폭스바겐,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용 배선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전기차에 구동모터용 권선(Enamel wire)을 단독 공급하고 있다. 권선은 구리 와이어에 절연물질을 코팅한 것으로 구동모터에 코일 형태로 감겨 전기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시킨다. 국내 최초로 800V 전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선을 양산한 LS전선은 2016년부터 미국 GM의 ‘쉐보레 볼트(Bolt) EV’에 구동모터용 권선(400V급)을 공급하고 있으며 고전압 EV용 권선 개발에 대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해상풍력시장도 기대감이 모아진다. 블룸버그는 이 시장의 규모는 2030년 177GW까지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2019년보다 6배 커진 수치다. 같은 기간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도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설비 신규 설치량이 전년 보다 4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해상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보내기 위해선 해저케이블 사용은 필수적이다. 국내 유일의 해저케이블 생산기업인 LS전선의 수혜가 예고된 이유다.

 

LS전선 관계자는 “구리 가격이 오르면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선 수요가 높아지는 신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는 회사 입장에선 호재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