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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클로즈업] 회장 취임 1년 맞은 현대차그룹 정의선..."미래산업 DNA 심는다"

모빌리티 등 미래산업 가속패달...전략산업 전면에 등장해 경영 보폭 넓혀
전기차·수소차 앞세운 전동화 전략 탄력, “수소는 미래 모빌리티로 키운다”
‘셀프’ 임금인상으로 제2 노조 설립 자초, 지배구조 개편안은 3년째 무소식

[FETV=김현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 바통을 이어받은지 1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1년새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던 정 회장은 탄소중립 시대를 요구하는 시대 변화에 맞춰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룹의 전략 산업을 직접 소개하며 은둔 경영자가 아닌 경영 전면에 나선 CEO로 평가되지만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은 2년차의 숙제로 분류되고 있다.

 

 

◆전기차·수소차 ‘두 마리 토끼 잡는다’=정의선 회장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45년 탄소중립을 위해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2040년에는 8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 시장에 2035년 판매되는 전 모델은 전기차(EV)와 수소전기차(FCEV)로만 구성하고 다른 주요 시장에 판매되는 모든 차량의 전동화도 2040년까지 완성하기로 했다.

 

정 명예회장이 내연기관차로 성장을 주도했다면 정의선 회장은 탄소중립을 위해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와 수소차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이용해 구동모터를 작동시키는 전기차는 저렴한 충전 비용을 자랑한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발전시켜 구동모터를 움직이며 충전시간이 짧고 한 번 충전으로 6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친환경차로 대표되는 전기차는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차 퇴출을 결정하면서 보급 속도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중국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했고 미국은 주(州)별로 판매 중단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25년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가 7000만대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2억30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잇따른 청사진을 내세우며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를 공개하고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E-GMP 모델을 선보여 총 5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기로 했다. 시장 점유율은 2040년까지 8~10%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에 집중하는 반면, 현대차는 수소차를 ‘투트랙’ 전략으로 구사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은 52.2%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기업인 도요타(39.2%)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양사가 90% 이상을 독점하는 것이다. 수소차는 시장 규모가 전기차에 비해 크지 않지만 개발 난이도가 높고 소수의 기업만 양산하고 있어 현대차의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수소전문 시장전문 기관 H2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수소차 시장 규모는 105만대로 예측된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이 1만대 수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10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차는 현대차 그룹의 독자적인 강점이자 차별화 포인트”라며 “탄소 중립 비전을 달성하는데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의선, 수소생태계 구현 최선봉에 서다=정의선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에 주목하는 대표적 적인 산업은 수소경제다.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쓰도록 하는 목표를 제시하며 수소산업을 키우고 있는 정 회장은 수소를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화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SK와 포스코, 효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수소산업에 뛰어든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의 동력원으로 수소를 선택하며 ‘수소 생태계’ 구현에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인 수소(H)는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물(H₂O)을 전기분해에 추출할 수 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아 전통 산업의 주요 원료인 석탄, 석유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수소차인 넥쏘를 비롯해 대형 트럭, 버스 등 모든 상용차에 수소 연료를 적용하기로 했고 PBV(목적기반모빌리티)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까지 수소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 모빌리티 구현을 위해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인프라 구축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를 앞세워 한국을 비롯한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거점 지역에 2030년까지 70만 기의 수소연료전지를 판매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충북 충주와 중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는 인천과 울산에 1조3000억원을 신규 투자해 연간 10만기의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신공장을 추가 구축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뿐만 아니라 수소 비전을 위해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끌어모으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출하센터를 늘려 전국의 수소충전소에 수소 공급을 확대하고 암모니아 합성방식을 활용해 운송 효율성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또 현대제철은 부생가스에서 배출되는 타르와 황 등을 걸러내 수소를 공급하기로 했다. 부생가스는 쇳물 생산에 필요한 코크스(석탄 가루를 고열 처리해 만든 덩어리)가 제조와 연소될 때 발생하는 부산물을 뜻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여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잡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를 선언한 지난달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수소는 인류가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솔루션”이라며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소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Z세대 소통과 지배구조 해결은 숙제로=정의선 회장은 지난 1년 사이,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MZ 세대와의 소통 부재로 논란을 키웠다. 경영 불확실성을 호소하면서 임금은 ‘셀프’ 인상한 반면, 직원들의 채우 개선에는 인색했던 것이다. 또 수년째 답보 상태에 놓인 지배구조 개선은 최우선 순위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평가된다.

 

성과급 논란이 커진 올해 초, 정 회장은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에서 “지난 10년 사이 수익성이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해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지난해 현대차에서만 받은 보수는 40억원을 넘어 2년 만에 약 20억원을 올린 반면, 직원들의 임금은 모두 줄어들어 비난을 자초했다.

 

주로 사무직과 연구원 직원들로 구성된 MZ세대는 ‘목소리를 전달할 새로운 창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올해 4월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들은 노조를 설립한 이후 정 회장에 상견례를 요청하며 소통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정 회장이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은 올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개편하기로 예고한 바 있지만 잇따른 리콜과 반도체 부족사태에 따른 생산 차질 등 불확실성 요소로 노사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10대 그룹 가운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지배구조 개편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추진하며 ‘정의선 체제’를 완성하려 했지만 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대표적인 순환출자고리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데 지배력이 약해지면 정 회장의 영향력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가 작용하게 된다.

 

올해 4월 정 회장이 2대 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소식이 들려오면서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지주사 전환이 유력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이는 지배구조 개편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모비스의 분할 추진 이후 3년 동안 구체적인 개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해 순환출자는 반드시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