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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종합] “배터리 분할 결정” SK이노베이션, 분사 이후에도 웃을까?

배터리·석유개발 사업 물적분할 선택
국민연금 등 일부 반대에도 무난히 표결 통과
“독립법인 체제 정착 우선…기업공개는 급하지 않아”

 

[FETV=김창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16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자사의 배터리 및 석유개발(E&P) 사업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분할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이날 80%가 넘는 찬성률로 분할안이 통과됐다. 이번 임시주총 승인으로 신설법인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와 'SK이앤피주식회사(가칭)'는 오는 10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5년간 배터리 부문에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간 60만대 전기차 탑재 분량인 40GWh(기가와트시)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확대할 청사진을 갖고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날 임시주총 폐회 후 언론과 가진 질의응답을 통해 이번 분할의 이유로 “배터리 사업 독립법인 체제를 빨리 정착시켜서 우리가 필요한 시점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준비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 지원과 관련해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도 독립법인 형태가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최근의 화두인 기업공개(IPO) 시점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기업공개를 할 생각”이라며 “급하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 배터리 및 석유개발 사업 분할, 임시주총 무난히 통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 물적 분할이 16일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지는 신설 법인은 10월 1일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각 사업에 특화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만큼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및 E&P 사업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임시 주총엔 6233만1624주를 보유한 9121명의 주주(위임주주 포함)가 출석했다. 이 중 80.2%(4998만1081주)가 사업 분할에 찬성했고 19.2%(1229만3265)가 반대했다. 0.8%(4만9490주)는 기권했다. 이번 임시주총 승인으로 신설법인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와 ‘SK이앤피주식회사(가칭)’는 오는 10월 1일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7월 1일 배터리 사업 분할을 발표한 이후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소액주주들은 배터리 법인이 향후 상장하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지분의 희석 효과로 인해 기업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 분할에 반대해왔다. 국민연금 역시 지난 15일 핵심 사업부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임시주총 현장에서는 소액주주 반대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경우 올 상반기 말 기준 지분율 8.05%로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라 영향력이 크지 않다. 최대 주주는 33.4%를 보유한 SK(주)이고 소액주주 지분율은 27%에 불과하다. 아울러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배터리 신설법인과 SK그룹 내 배터리 관련 사업간 통합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15일 SK㈜는 배터리 소재에만 2조원 가량을 투자하는 등 첨단소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SKC도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그룹 내 배터리 연관 사업을 모두 통합하는 생각은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김 총괄 사장은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자체적으로 배터리 관련 연관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배터리 연관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상호 경쟁하면서도 에코 시스템을 강화하는 차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전반적 기업 가치 상승”…시장 전망도 긍정적= 분할이 확정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향후 경영 흐름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다소 불확실한 부분이 아직 존재하나 전체적으로는 기업 가치의 상승을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분할 승인으로) 28% 지분 희석 우려가 있지만 투자비 확보로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특히 SK이노베이션 투자자는 배터리 관련 자회사 SKIET, SK배터리(가칭)의 유가증권 등을 받을 수 있다. 현물배당 효과로 일종의 옵션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결정 이후 주가 급락 사례처럼 위축된 투자 심리는 여전하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 적어도 1년 내 IPO 계획이 없고 내년부터 자회사 현물배당 지급에 따른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주주친화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김준 총괄 사장 “독립법인 통한 유연성 확보 중요…IPO 급하지 않아”= 한편 김준 총괄 사장은 임시주총 이후 이어진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분사의 이유로 빠른 독립법인 체제 출범을 통한 우연성 확보를 들었다. 김 총괄 사장은 아울러 배터리 신설법인의 기업공개 시점과 관련해서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할 생각”이라며 “급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김 총괄 사장은 “왜 지금 분할하느냐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는데, 배터리 사업 독립법인 체제를 빨리 정착시켜 우리가 필요한 시점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준비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배터리를 육성하기 위해서 리소스(자원)를 조달하는 것은 독립법인 체제보다 유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다른 투자지원 조달과 관련된 유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독립법인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총괄 사장은 이어 “지금 SK이노베이션 안에 여러 사업이 묶여 있다 보니 배터리 사업의 가치 자체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독립법인에서는 성과와 관련된 부분은 명확히 분리될 것이고 성장과 관련된 로드맵도 명확히 제시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의 인식이 더 긍정적으로 바뀔 것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준 총괄 사장은 최대 화두인 기업공개에 대한 입장도 언급했다. 김 총괄 사장은 “(기업공개가) 하반기라는 얘기도 있다”는 질문에 “최소한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보여줄 게 많은데 시간차를 좀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계속 시장에 말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가 이렇게 가겠습니다’라고 한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야 ‘2030년까지 진짜 가겠구나’, ‘SK이노베이션은 이렇게 성장하겠구나, 배터리는 이렇게 가겠구나’ 하는 시장에서의 확신과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금전 외에 회사가 보유한 주식 및 기타 재산으로 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정관 일부 개정의 건도 의결했다. 신설 배터리 법인의 주식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냐는 질문에 김 총괄 사장은 “현물성 배당을 추가한 것은 배당 지원을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선 장기 주주 가치의 제고를 위해 연간 경영실적과 투자계획, 재무구조 등 시장 기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