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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손보서 KB증권을 보다

올 1분기 'V자' 급반등으로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 커져
높아진 상품경쟁력, KB편입 이후 장기 보장성 최대 매출로 이어져

 

[FETV=권지현 기자] "성공의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열망과 치열함으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한다면 KB손해보험은 충분히 1등이 될 수 있다"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지난 1월 2021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KB손해보험이 올해 1분기(1~3월)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달성하면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2번째 '역전 신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금융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KB증권이 그룹의 효자가 되면서 부진한 실적을 딛고 반등에 성공한 KB손보를 향한 기대도 한층 커졌다. 양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KB금융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보는 올 1분기 6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직전 분기 227억원 적자라는 부담스러운 전적을 이겨낸 결과라 더욱 눈에 띈다. KB손보는 3개월 만에 915억원이라는 전례 없는 금액을 벌어들이며 700억원에 가까운 순익을 달성했다. 성장률로 보면 248%이다. 단순히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을 넘어 'V자' 급반등을 기록,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이번에 거둔 순익은 KB손보뿐만 아니라 윤 회장에게도 승전보와 다름없다.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결실이기 때문이다. KB손보는 그동안 윤 회장에게 '격려해 주고 싶은 자식'과 같은 계열사였다. KB손보(옛 LIG손해보험)는 과거 손해보험업계 견고한 4위였지만 최근 3년 새 순익이 급격히 줄며 5위 자리마저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 시기 KB손보의 수장이 자신의 복심인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었던 점도 윤 회장의 속을 쓰리게 했다. 윤 회장은 그룹에서 함께 일한 양 부회장의 능력을 눈여겨본 뒤 2016년 KB손보 사장으로 내보냈다. 양 부회장은 KB손보로 자리를 옮기며 업계 최상위손보사로의 도약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다.

 

윤 회장은 지난 연말 보험 부문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양 부회장을 임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또 다른 복심인 김기환 전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에게 KB손보를 맡겼다. 결론적으로 둘의 시너지를 통해 KB손보의 회생을 바랐던 윤 회장의 인사가 상위 손보사로서 적자를 냈다는 굴욕을 말끔히 씻어주는 한 수가 됐다.

 

KB손보의 이번 괄목할 만한 성장을 두고 금융권은 KB증권을 떠올리고 있다. 윤 회장은 각각 2015년과 2016년 현대증권과 LIG손보를 인수, 완전 자회사로 삼아 지금의 KB증권과 KB손보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약 5년 뒤 양사는 자산 규모 기준 비은행 계열사 1, 2위로 나란히 성장했다.

 

특히 KB증권의 경우 전신인 현대증권을 인수할 당시 주변에서 인수가격을 문제 삼자 윤 회장은 "내가 모두 책임진다"는 말로 임직원들을 달랬다. 양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윤 회장의 신임을 받은 박정림 전 KB금융 WM총괄 부사장에게 KB증권을 맡기는 등 KB증권은 윤 회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그동안의 실적은 윤 회장에게 좀처럼 만족을 주지 못했다. 급기야 KB증권은 지난해 1분기 214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올 1분기 상황이 달라졌다. KB증권이 2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두며 KB금융 효자 계열사로 우뚝 올라선 것이다. 1분기 KB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211억원으로 직전 분기(871억원)보다 153.8%(1340억원) 급증했다. 순익 기준 KB금융 비은행 계열사 최고 수준이며 전체 증권사 중에서는 4위에 자리한다. 업계 3위인 NH투자증권(2574억원)과 363억원, 5위인 신한금융투자(1681억원)와 530억원 차이인 점을 감안하면 3위 자리가 요원한 것만은 아니다.

 

이에 KB손보가 윤 회장 역전 신화 2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모인다. 아직 KB손보가 순익 면에서 손보업계 빅4에 안착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얼마든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올해 시작이 좋다. 먼저 올 1월 김 사장 취임 이후 상품 경쟁력이 높아졌다. 'KB희망플러스자녀보험'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새로 출시된 이 보험은 올 1분기에만 5만6000여건(약 41억원)이 판매돼 전년 동기보다 판매 건수는 2.7배, 매출액은 2.5배 이상 올랐다. 김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경영 전략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장기 보장성 신규 매출도 크게 늘었다. KB손보는 올 1분기 장기 보장성 신규 매출을 279억원, 3월에만 116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분기·당월 기준 KB금융 편입 시점인 지난 2015년 6월 이후 5년 9개월 만의 최대 실적이다. 이에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 올 1분기 KB손보의 장기 보장성 신규 매출 점유율은 전년(12.7%)보다 1%포인트 증가한 13.7%를 기록해 13%를 넘어섰다. 2019년 시장점유율은 11.5%였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순익 상승세도 기대해볼 만하다. 여기에 보험 판매에서 푸르덴셜생명, KB생명 등 보험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KB금융 계열사 중에서도 KB손보의 부진을 안타깝게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KB손보의 깜짝 실적을 보면서 같은 계열사로서 과거의 적자를 딛고 KB금융의 호실적에 큰 역할을 한 KB증권을 떠올리는 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