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정보 비대칭을 해결해 고객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주는 '보험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이를 바탕으로 사회를 바꾸는 '선한 영향력'의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1월 핀테크 기업 최초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본인가를 획득한 보맵의 류준우 대표를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소재 본사에서 만났다. 보맵은 2015년 SGI서울보증보험 출신인 류 대표가 설립한 보험 전문 플랫폼이다. 올해로 설립 6년째인 보맵의 지나온 이야기와 앞으로의 꿈에 대해 들었다. 마이데이터 본허가 획득 후 첫 언론사 인터뷰에서 류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진정성'이다. 업(業)에서 시작된 진정성은 최근 일상의 진정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류 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로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며 “장기간 보안부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사업권을 얻게 돼 감사하고 뿌듯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여러 기관에 분산된 고객의 정보를 한꺼번에 조회, 확인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는 “한 군데에 보안 구멍이 생기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동시에 회복도 단언할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이 작은 부분이라도 보안이 새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보맵 창업 후 1년 6개월 동안 ‘준비 기간’을 거치며 보험금 청구 서비스에 집중하던 그는 서비스를 대폭 넓혀 하나금융그룹,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이후 ‘보험 선물하기’, ‘보장피팅’ 서비스는 보험업계 주목을 받았다. ‘핀테크’, ‘인슈어테크’라는 개념이 생경하던 당시, 창업을 결심한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그는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 보장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나에게 꼭 맞는 상품인지도 모른 채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창업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4년 뒤 보맵은 핀테크를 대표해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보맵은 2019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길에 함께 했다. 당시 느낀 북유럽의 벤처 생태계는 어땠을까. 그는 ‘열린 마음과 넓은 시야’라는 말로 북유럽 국가의 벤처환경을 이야기했다. 특히 555만 인구의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작은 한국 시장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나오는게 신기하다고 했던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한 대학생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핀란드보다 인구가 10배 많지 않은가. 핀란드는 스타트업 태생 자체부터 유럽 인구를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스타트업 관련 부처 정치인들도 업계의 세세한 상황을 파악하고 토론하는 장면에서는 부러움마저 느꼈다고 한다. 생태계 구성원들의 빈번한 교류가 스타트업 강국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좋은 소식이 있었다. 작년 11월 보맵은 영국 리서치 기업 ‘핀테크글로벌’이 꼽은 세계 100대 인슈어테크 기업에 뽑혔다.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선정된 보맵은 디지털 전환, 혁신성, 고객 경험 활용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잘나가는’ 인슈어테크지만 수익성에 대한 질문에서는 류 대표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아직 급증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조금씩 수익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한걸음 한걸음 지속하다보면 수익구조가 더욱 튼튼한 회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웃었다. 보맵은 지난해 코로나로 잠시 접었던 해외 진출도 꾸준히 모색할 계획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인슈어테크 못지않은 보험 추천·판매 플랫폼을 갖추고자 ‘디지털 전환’에 한창이다. 류 대표는 현재 보험업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제판분리(보험상품의 제조와 판매)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결국은 상품과 판매에 대한 경쟁력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기존 원수보험사가 좋은 상품을 만들면 보맵과 같은 인슈어테크사가 ‘완전 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는 물론 업계 전반에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보험사들이 아이디어를 가진 인슈어테크와 협업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최근 보맵이 DGB생명, 하나생명, 악사손해보험, IBK연금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등과 잇단 제휴에 나선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인터뷰는 스타트업 CEO 출신으로서 최근 기부 서약으로 화제가 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졌다. 후배 스타트업 CEO로서 이들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 부분에서 류 대표의 목소리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류 대표는 김봉진 의장과 막역한 사이이며, 또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작년 식사 자리에서 김봉진 의장의 기부 계획을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그리고 바로 실천으로 옮길 줄 몰랐다”며 “스타트업이라는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 상황의 맞물림, 여러 주변의 도움으로 성장한 뒤 이뤄낸 과실을 다시 사회에 돌려줬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우리가 잘 돼야 후배 창업자들이 힘을 내 그들도 공동체에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김봉진 의장의 말에서 스타트업 CEO로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고 있다.
류 대표는 “늘 그랬듯 고객과 보험에 대한 ‘진정성’으로 올해 승부를 걸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