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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포커스]"동갑내기 한판 붙는다"...정지선·정유경, '백화점 2인자' 진검승부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신세계 '대전점' 오픈하면서 2위경쟁 신호탄
강남점 2년 연속 2조원돌파 성공...‘지역1번점’ 앞세워 경쟁나선다

 

[FETV=김윤섭 기자]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이 24일 프리오픈 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대표적인 동갑내기 ceo로 꼽히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전략경쟁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두 백화점 모두 신규점포를 출점하는데다 면세점, 화장품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26일 베일벗는다...서울최대규모 백화점=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이 24일부터 25일 양일간 프리오픈을 진행한다. 공식적인 오픈 예정일은 26일이다.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은 현대백화점이 밝힌 ‘비전2030’의 첫걸음이다. 말 그대로 그룹의 야심작인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을 통해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깬 미래 백화점의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크기부터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 지역 점포 중 최대 규모다. 업 면적만 8만 9,100㎡(2만 7,000평)에 달한다. 주차장은 지하 6층부터 지하 3층까지 총 2248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에 걸맞게 상품 판매 공간을 의미하는 ‘매장 면적’을 줄이는 대신, 고객들이 편히 휴식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고객 동선(動線)도 넓혔다.

 

 

‘더현대 서울’의 전체 영업 면적(8만 9,100㎡) 가운데 매장 면적(4만 5,527㎡)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나머지 절반 가량의 공간(49%)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민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영업 면적 대비 매장 면적 비중은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평균(65%)보다 30%(14%p) 가량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치에서도 자신감이 드러난다. 서울의 3대 도심으로 꼽히는 여의도를 선택하면서 서울은 물론 수도권도 목표 고객층으로 잡고 있다.여의도의 하루 평균 유동 인구는 30만명에 달하며, 반경 3km내에 144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여의도와 경기 안산·시흥·화성을 연결하는 신안산선과 인천 송도와 경기 마석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등 광역 교통망 구축 사업이 예정돼 있어 향후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이 영업 면적의 절반 가량을 매장 면적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힐링 공간 등으로 조성되는 것을 감안할 때 가족 단위 고객들의 많은 방문이 예상된다"며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광역교통망 구축이 마무리될 경우 ‘더현대 서울’의 성장세도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현대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사업 미래 먹거리로 선정...신세계와 정면승부=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오픈과 함께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면세점, 화장품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백화점, 면세점, 아울렛 등 그룹이 보유한 유통망이 이미 탄탄한 만큼 이를 통해 화장품 사업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천연 화장품 원료시장 1위 기업 SK바이오랜드를 인수했다. 현대HCN을 통해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의 지분 27.9%(경영권 포함)를 120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이다. SK바이오랜드는 내 천연 화장품 원료 시장 1위 기업으로 1995년 설립됐으며, 2015년 SK 계열사로 편입됐다. 화장품 원료와 건강기능식품, 바이오메디컬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SK바이오랜드가 화장품 원료를 비롯해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메디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다, 향후 사업 확장에 있어서도 유연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SK바이오랜드 인수로 3대 핵심사업인 유통(백화점·홈쇼핑·아울렛·면세점), 패션(한섬), 리빙·인테리어(리바트·L&C)에 이어, 뷰티 및 헬스케어 부문으로 사업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작년 5월에는 패션사업에만 집중해온 한섬이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이하 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올해 첫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한섬이 패션 외에 이종(異種)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타임, 마인 등 기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운영을 통해 쌓아온 한섬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서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CJ올리브영 프리 IPO(상정 전 지분투자)에 현대백화점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백화점은 CJ올리브영이 2022년 예정된 상장에 앞서 추진하고 있는 프리 IPO에 참여해 일부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포함됐다.

 

CJ올리브영 지분은 최대 주주인 CJ주식회사가 5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부장과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각각 17.97%, 10.03%를 갖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이 중 CJ주식회사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할 예정이며 매각 대상 지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올리브영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유통인프라와 올리브영의 유통인프라의 시너지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분석했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 전환이 늦었던 현대백화점 입장에서 최근 올리브영이 온라인몰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는 점도 이번 입찰 참여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 면세사업 빅4 진입...인천공항 발판 삼아 빅3 쫒는다=면세점 사업도 본궤도에 오른만큼 더욱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8년 11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첫 번째 면세점을 오픈하면서 면세업계에 발을 들였다.

 

약 1년만인 지난해 말에는 서울 시내 대기업 신규 면세점 특허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두 번째 사업권을 획득하고 지난달 동대문 두타몰에 두 번째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후발주자인 만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올 3월에는 면세 빅3인 롯데, 신라, 신세계를 모두 제치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DF7(패션·잡화) 구역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공항면세점까지 진출에 성공했다. 사업진출 2년만에 면세 빅3를 위협하는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적인 만큼 정지선 회장의 확장정책은 면세점 사업 실적도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 2018년 3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3688억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전년보다 78.0%나 성장한 4525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 3분기 매출액만 2554억원으로, 업계 3위 신세계와의 격차를 좁히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손실 규모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소매/유통 2021년 연간전망에서 “현대백화점에 있어 2021년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2월 예정된 파크원점의 출점이 될 것”이라며 “올해 있었던 출점 사이트(장소)와는 다르게 서울 중심부에 신규 오픈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 신세계 스위프퍼펙션 국내 공식 론칭...비디비치 신화 잇는다=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도 올해 신규출점을 비롯 과감한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실적 반등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인수한 스위스 명품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의 사업을 본격화한다. 스파를 기반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 위주였던 유통망을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확장해 브랜드 볼륨을 키우고, 해외에 신규 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거점도 확대한다. 스위스 퍼펙션은 이달 1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매장 운영을 시작했으며, 올해 말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대구점 등 국내 주요 백화점에 순차적으로 입점할 계획이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글로벌 시장 확대도 공격적으로 추진한다.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최고급 호텔 스파에 입점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올해는 중국과 미국 소매시장 개척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뷰티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과감한 확장에 나선 것은 그동안 정유경 총괄사장의 화장품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백화점을 통해서 화장품 사업을 꾸준히 키워오고 있다. 지난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고 인수 당시 연매출 19억원을 기록했던 비디비치는 2019년 2000억원대에 매출을 기록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거듭났다.

 

해외 브랜드의 독점 판매권 인수와 신규 브랜드 출시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2014년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국내 판권과 국내 뷰티 편집숍 라페르바 론칭, 2015년 산타 마리아 노벨라, 2017년 딥티크, 2018년에는 아워글래스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2018년 말에는 한방 원료에 독자적인 과학기술을 접목해 고기능과 저자극을 동시에 실현한 브랜드 연작을 자체 출시하며 화장품 사업을 강화했다.

 

지난해 5월에는 신세계백화점의 첫 화장품 자체브랜드(PB) ‘오노마’를 론칭했다. ‘오노마’는 브랜드 기획부터 제조까지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준비한 첫 뷰티 브랜드로, 백화점이 유통·판매·마케팅 등 모든 브랜드 운영을 직접 담당함으로써 품질과 가격에서 차별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산 하에 만들어졌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야심차게 선보인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론칭 3년만에 매장수 30개를 돌파하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30대 매출 비중이 60%를 상회하는등 최근 소비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또 시코르는 럭셔리 브랜드로 신세계백화점 고유 이미지를 살리면서 다른 뷰티 편집숍 브랜드와 차별화를 뒀다. 입생로랑, 나스 등 고가브랜드뿐 아니라 K뷰티 브랜드의 성지로도 꼽힌다.

 

 

◆ 강남점 2년 연속 2조원돌파 성공...‘지역1번점’ 앞세워 경쟁나선다=오프라인에서는 강남점 등 지역 1번점 전략을 유지해 경쟁에 나선다. 신세계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광주신세계 등 광역상권을 기반으로 한 대형점포는 전년보다 오히려 매출이 늘며 실적 회복을 견인했다. 특히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 고객 매출이 2019년 4분기보다 8.7% 증가하며 향후 백화점의 성장 전망에 청신호를 켰다.

 

특히 강남점은 2년 연속으로 2조원 매출을 경신하면서 명실상부한 대표 점포로 자리를 굳혔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어서면서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백화점 시장 성장률이 1%대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가파른 성장세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 2017년 매출 1조6620억원을 기록하며 40여년 만에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친이후 3년 연속 백화점 고매출 1위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010년 개점 10년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최단기간 1조 점포'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2조 클럽'에 속한 백화점은 이세탄(일본 신주쿠), 라파예트(프랑스 파리), 해롯(영국 런던) 정도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세계 4대 백화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강남점의 가파른 성장세에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오랫동안 추진해왔던 ‘초대형·지역 1등’ 전략이 있다.

 

◆ 신세계 올 8월 대전에 신규 점포 출점…”위기가 기회다”=신세계의 지역 1번점 전략은 이제 대전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8월 대전에 신규점포를 오픈하고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갤러리아 타임월드와의 정면 승부에 나선다. 탄탄한 명품 인프라를 자랑하는 두 백화점의 경쟁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대전점이 들어설 사이언스콤플렉스는 약 6000억원을 투자한 지하 5층, 지상 43층짜리 건물로 여기엔 백화점뿐만 아니라 호텔과 과학 시설, 전망대 등이 들어선다. 과학·엔터테인먼트·쇼핑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선보이는 게 신세계 목표다.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점은 부산 센텀시티, 대구신세계에 이어 국내 3위 규모의 백화점으로 자리잡게 된다.

 

신세계가 대전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신세계가 추구하고 있는 점포 고급화와 지역 1번점 전략이 대전에서도 통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전은 백화점 총량제로 신규 백화점, 쇼핑몰 등이 진출이 불가능해 기존에 진출했던 갤러리아백화점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총량제 완화와 현대백화점이 아울렛을 통해 진출하면서 대전지역의 패권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쥐띠 동갑내기 CEO로 주목을 받은 정지선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백화점과 면세점에 이어 화장품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한만큼 향후 두 CEO의 화장품 사업 전략 경쟁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