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산업


세포 분열하는 LG화학 향후 항로는?

그룹 자산가치 40% 넘는 LG화학, 둘로 쪼개는 구광모 회장
“전기차 호재에 배터리 수혜로”…시총 3위까지 오른 LG화학
‘뚝뚝’ 떨어지는 주가…장중 78만원에서 60만원 붕괴 ‘직전’
㈜LG지분은 30% 초반에 불과…분할 위해선 약 26% 더 필요
LG화학, 70% 지분 보유한다는데... “지분 가치 희석될 것”
총 1,4위 삼성전자·삼바 보유한 삼성물산, 주가 추락

 

[FETV=김현호 기자] LG그룹 자산가치(NAV)의 40%에 달하는 LG화학 분사가 결정되면서 LG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분사 결정 이후 1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거센 반발은 식을줄 모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분사는 주주들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재편의 ‘신호탄’을 쏜 LG그룹과 LG화학이 나란히 순항할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배터리, 반도체시장 뛰어 넘는다”…1500억원 흑자에 시총 3위로 올라선 LG화학=전기차 호재에 맞춰 “배터리 사업이 반도체 시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면서 LG화학이 수혜주로 급부상했다. 특히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전지사업부가 대규모 흑자로 전환됐고 점유율도 세계 1위에 랭크되면서 LG화학은 연일 상한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이후 줄곧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LG화학의 전지사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 5조839억원, 영업이익은 10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비중은 13.3%에 그쳤지만 지난 2분기에는 6분기 만에 1555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실적 발표 뒤 시가총액은 3위로 수직 상승했다.

 

전기차가 미래차 시장을 책임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배터리 사업의 가치는 반도체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IHS마켓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73조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25% 성장해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182조원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주 무시한(?) 깜깜이 분사 발표...주가는 ‘뚝뚝’=LG화학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분할해 자회사로 세우는 계획을 발표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반발하고 주가는 급락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배터리 사업의 비전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 사이에서는 ‘배터리 없는 LG화학’이 결정되자 “BTS 없는 빅히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분사 결정충격에 LG화학 주가는 수직하락했다. 

 

지난달 27일 주가는 배터리 특허 침해관련 승소 판결을 받은 영향으로 장중 최고치인 78만5000원에 달했다. 하지만 분사소식 들리자마자 16일 주가는 전날보다 3만9000원(5.4%) 감소한 68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고 24일에는 61만110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7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LG화학에 투자한 주주들이 한달새 천당과 지옥을 왕복한 셈이다.  

 

LG화학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은 이번 분사 결정이 주주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주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회사에 이익을 위해서 물적 분할 결정을 내렸다”며 “분사 이후에는 투자 이유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되기 때문에 저희의 손해는 어디서도 보장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주가는 떨어져도 분할 법인 지분은 보유하겠다”=LG화학은 분할 결정을 하면서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며 “분할에 따라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돼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지분 희석을 우려해 분할에 반발하고 있다. 분사는 물적분할로 이뤄지기 때문에 분할 안이 통과되면 LG의 지배구조는 ㈜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형성된다. LG화학의 지분은 100%로 기존주주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IPO 이후 신설법인의 투자가 이뤄지면 LG화학의 지분이 낮아져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낮아질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7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신설법인의 지분은 70%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지분 희석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을 예로 들면서 “자회사의 가치가 높아도 모회사의 가치가 항상 높은 것은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경우 2015년 9월1일 ‘통합 삼성물산’ 출범 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성했다. 당시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8000원 감소한 17만원까지 떨어졌고 현재는 10만원대 초반대다. 삼성전자가 2018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해도, 삼바가 올해 6월 사상 최고점을 찍어도 삼성물산 주가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LG, 주주 설득 가능할까?=LG화학은 10월30일 오전 9시, LG트윈타워 동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의결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LG화학을 분할하기 위해서는 ‘전체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지주사인 ㈜LG가 보유하고 있는 LG화학의 지분은 30.06%로 특수관계법인인 LG연암문화재단까지 포함하면 30.09%에 그친다.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분할 안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확한 출석인원을 알 수 없지만 구 회장은 대략 26% 가량의 추가 지분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대다수의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17일 이후 LG화학의 분사가 ‘호재’라고 분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사업 분할은 사업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으며 정용진 신한금융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히든 밸류(숨은 가치)의 발굴이 크다면 주주가치의 재고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LG 지분만 고려했을 경우 1차 관문인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는 문제없이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극심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이며 36.67%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 여기에 10.51%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 국민연금까지 분할을 거부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출범은 불가능하다.

 

올해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할 당시 구광모 회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은 실패”라고 말했다. 이번 LG화학의 분사는 LG그룹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LG화학과 신설 분할법인이 주주들의 불만을 불식할 수 있는 최적의 항로를 찾아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