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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부회장’ 전성시대 다시 열리나

[FETV=권지현 기자] 저물어가는 듯했던 보험업계에 ‘부회장 시대’가 다시 열렸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업계의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대표적인 장수 CEO인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이 퇴장했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 인사에서 부회장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부회장 시대가 또 한 번 시작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DB그룹 인사에서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흥국생명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메리츠화재 김용범 부회장과  미래에셋생명 하만덕 부회장을 포함하면 보험권에는 현재 4명의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통상 '부회장'은 오너로 직결되는 회장직보다 좀 더 엄격한 능력 검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전문 경영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직급으로 알려져있다. 이들 4명의 부회장이 보여주는 '실력 발휘'가 보험업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안팎의 귀추가 주목된다.

 

● '평사원' 신화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김정남 DB손보 사장의 부회장 선임은 김남호 DB 회장 취임 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험 관련 여러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DB손보를 업계 상위권으로 안착시킨 김 부회장의 능력이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은 ‘41년 DB맨’이다. 1952년생인 김 부회장은 북평고와 동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동부고속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4년 DB손보로 자리를 옮겨 개인영업, 보상, 신사업, 기획 등 보험 관련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DB손보에서 상무, 부사장, 사장 등을 지낸 뒤 부회장직에 올랐다. DB손보 최초 ‘평사원 출신 부회장’인 셈이다. 보험업계 최장수 CEO인 그는 원주 DB 프로미 프로농구단 구단주라는 특이한 이력도 지녔다.

 

김 부회장은 경쟁이 치열한 손해보험업계에서 DB손보를 업계 상위권으로 들여놓은 일등 주역이다. 그가 사장을 맡은 2010년 이후 2017년까지 DB손보 순익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4127억원, 2016년 4702억원이던 순익은 2017년 6221억원까지 올라 1년 만에 32%(1519억원) 성장을 이뤘다. 이후 지난해 3727억원까지 줄어든 순익은 올 1분기(1376억원) 반등에 성공해 전년 동기(992억원) 대비 39% 성장했다.

 

김 회장은 보험업계의 지속되는 저성장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자 기술도입에 힘쓰고 있다. 결과는 업계 최초 타이틀 및 업계의 특허권인 '배타적사용권' 다수 보유로 나타났다. 지난 3월 DB손보는 영상전화 상담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였다. 2016년에는 SK텔레콤과 손잡고 ‘운전습관 연계 자동차보험’을 처음으로 내놨다. DB손보는 현재까지 업계 최다인 총 16회의 배타적사용권을 보유 중이다.

 

● ‘뱅커’ 시너지 노린 한 수 위성호 흥국생명 부회장

 

지난 5월 흥국생명은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신한은행장 역임 당시 신한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신한 쏠(Sol)' 출시를 앞서 지휘해 디지털 역량강화를 이끈 위 부회장을 통해 흥국생명을 넘어 모회사 태광그룹의 도약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위 부회장은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해 전방위적 자문역할을 맡았다.

 

‘신한’을 떠난 적 없는 위 전 신한은행장의 보험사행을 두고 당시 금융권에서는 ‘깜짝 인사’라며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흥국생명은 위 부회장 영입을 위해 사내 부회장 직위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8년생인 위 부회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카드 사장, 신한은행장 등 신한그룹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아온 위 부회장은 한때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올 2월 기준 흥국생명의 시장점유율은 개인보험 4.1%, 단체보험 0.3%, 수입보험료 4.1% 등으로 업계 하위권이다. 다만 보험업계 고질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흥국생명의 올 1분기 실적이 ‘급등’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위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 396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194억원) 대비 104%(202억원) 성장했다. 1년 만에 2배 이상의 순익을 낸것이다.

 

● ‘1인 2역’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금융권 ‘만능’으로 유명한 김용범 메르츠화재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도 함께 맡고 있다. 그가 메리츠화재 부회장으로 선임된 2015년 당시 금융권에서는 ‘증권맨’인 김 부회장이 보험사에서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김 부회장은 삼성증권·메리츠종금증권 등 증권가 유명인사였다. CSFB증권에서 외환 채권 파생상품 등을 연계한 차익거래기법을 개발해 34세에 CSFB증권 최연소 이사로 승진한 일화는 여전히 회자된다. 이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영입돼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1963년생인 김 부회장은 한성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생명 증권부 투자분석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삼성화재 증권부장·채권2팀장·채권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상무보를 지냈다. 권위와 체면치레를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한 김 부회장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빠른 의사결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의 탈권위주의는 메리츠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기존의 틀을 깨는 이러한 시도는 곧바로 ‘순익 증가’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는 올 1분기 당기순이익 1076억원을 거둬 김 부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1분기 순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 업계 '최장수' CEO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하만덕 부회장은 10년째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보험사 최장수 CEO다. 지난 2월 연임에 성공했다. 상위권 도약을 위한 중위권 보험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생명보험업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는 전문경영인이라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변재상 대표와 각자 대표체제로 미래에셋생명을 이끌고 있다.

 

1960년생인 하 부회장은 대아고와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후 아주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1986년 SK생명에 입사해 영업본부장을 거치며 보험영업부문에서 업력을 쌓았다. 미래에셋생명이 SK생명을 인수한 뒤에는 보험설계사(FC) 영업본부장을 지낸 그는 2016년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에 올랐다.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2017년 PCA생명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년 뒤 두 회사의 통합이 마무리된 후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최근 미래에셋생명은 호실적을 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303억원으로 1년 전(241억원) 보다 25%(62억원) 늘었다. 지난해에는 순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보험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년(749억원) 대비 33%(251억원) 성장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한편 낮은 시장점유율은 하 부회장의 과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기준 미래에셋생명의 시장점유율은 개인보험 2.37%, 단체보험 2.76%, 수입보험료 5.5%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