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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터지는 사모펀드 사태, 은행-증권 '동병상련'

작년 DLF 사태 당시 '희비교차'...'밥그릇' 싸움 해석도

 

[FETV=유길연 기자] 지난해 하반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희비가 엇갈리던 은행과 증권사가 최근 연이어 터진 사모펀드 환매연기로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문제를 함께 풀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판매사들에 강력한 조치를 내리면서 은행과 증권사 모두 사모펀드 판매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4건) 결과로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판매사들이 투자금을 전액 돌려주라는 결정은 이번이 최초다. 분조위는 플루토 TF-1호 투자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한 108건 가운데 2018년 11월 이후 펀드에 가입한 72건에서 대표적인 유형 4건을 추려 심의했다. 그 결과 모두 착오에 의한 계약이라고 보고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이번 판단이 내려진 4건의 판매사는 하나은행, 우리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으로 은행, 증권사가 모두 포함됐다. 이들은 20일 안에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모펀드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면서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면서 투자자들을 모았지만 실제로는 이름도 모호한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옵티머스 펀드 설정액은 5172억원 가운데 NH투자가 4778억원, 한투증권이 577억원 가량을 판매했다. 두 증권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한 상태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사모펀드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은행과 증권사 모두 곤란하게 됐다. 사실, 작년 하반기 대규모 원금손실을 불러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발생한 때만 해도 증권사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당시 핵심 문제로 지적된 것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였다. 이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과 임원 모두 중징계를 받았다. 반면 DLF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3곳(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은 상품 발행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피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자체를 막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모펀드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꾸준히 다뤄온 금융투자업계 회사들이 아닌 은행이 판매하는 것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이 내부통제를 강화하더라도 상품을 다뤄온 노하우에서 증권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문제 되면서 증권사는 사모펀드 판매에서 반사이익도 봤다. 작년 12월 말 은행권 사모펀드 개인 판매 잔액은 7조6768억원으로 DLF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작년 7월(10조9691억원)에 비해 30% 줄었다. 반면 증권사는 같은 기간 사모펀드 판매액이 3000억원 늘었다. 

 

더구나 전문성 논란은 은행과 증권사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일부 은행은 판매원의 전문성을 높여 불완전판매를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에 불특정금전신탁업을 다시 취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고객의 자산을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주식, 채권 등에 운용하는 불특정금전신탁은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서 금지됐다. 사실상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증권사는 은행의 이러한 주장에 강하게 반대했다. 잘못은 은행이 했는데 오히려 이득을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은행은 운용업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질책도 이어졌다. 

 

 

이처럼 날을 세우던 증권사는 라임 사태가 터지자 은행과 같은 처지에 내몰렸다. 특히 라임운용이 펀드 수익률을 조작하는데 있어 신한금투가 가담했다는 혐의는 증권사들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트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라임운용은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고객 돈 2500억원과 라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투에서 차입한 3500억원을 더한 6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2018년 11월 라임자산이 투자한 해외 무역금융펀드(IIG펀드)가 가짜 채권을 만든 사실 등이 미국 금융당국에 적발돼 청산절차에 들어간다는 메일을 수신했다. 그러나 라임운용과 신한금투는 이 같은 사실을 고객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펀드의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임의 조작했다. 또 신한금투는 부실펀드 인지 이후에도 정상 펀드처럼 지속적으로 판매를 했다. 투자 대상의 부실로 손실이 났음에도 이를 숨기고 수익률을 조작해 투자자들의 손실을 더욱 키운 것이다. 

 

은행과 증권사는 향후 사모펀드 판매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번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은 판매사가 펀드의 부실을 알고 판매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판매사들이 부실 사실을 몰랐어도 이미 운용사가 허위·부실 기재한 투자제안서를 그대로 설명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판매사들이 난감해하는 이유는 현재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의 정보 공개가 불가능해 철저한 검증이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은행과 증권사는 검증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법률상으로는 운용사를 깊이 들여다볼 방법이 없다”면서 “이번 사태로 은행, 증권사 모두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