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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 CEO’ 신창재, 카카오와 손잡은 까닭은…

'디지털' 전환 주도·대내외 악재 돌파까지

 

[FETV=권지현 기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대표적인 지속가능경영 최고경영자(CEO)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행보가 보험업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보수적인 경영철학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신 회장은 최근 국내 최대 생활·금융 플랫폼인 카카오와 손잡았다. 금융권의 최대 화두인 ‘디지털’을 적극 주도하는 한편 교보생명이 처한 안팎의 위기를 디지털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 회장이 카카오라는 든든한 지원군과 추진하는 '디지털 교보'가 잘 안착해 '미래로 가는 교보'를 만들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신 회장의 선택이 맞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언택트(비대면)' 확산의 수혜주로 꼽히며 최근 3개월 사이 주가가 30% 상승해 코스피 시가총액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5일 사상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시총 8위(우선주 제외)에 올라섰다.

 

지난달 교보생명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업계 최초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비대면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MOU를 맺은 보험사는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이번 MOU를 통해 교보생명은 연내에 카카오 AI 챗봇을 활용한 고객 상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카카오의 AI 기술 자문과 서비스를 활용해 고객은 카카오톡 채팅으로 보험 상담과 정확도 높은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고객이 콜센터에 자주 문의하는 항목을 중심으로 24시간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교보생명과 손잡게 된 배경에 대해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내에서도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신생 회사이기에 파트너십 확장이 중요하다"면서 “금융뿐만 아니라 산업 부문과도 현재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지난 3월에는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이 카카오페이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내 보험 관리’를 출시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보사사다. 계약자들은 ‘내 보험 관리’를 통해 가입한 보험 내역을 조회 할 수 있으며, 보장 분석 결과로 과부족한 보장을 확인해 필요한 보험 상품도 추천 받을 수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국내 최대 생활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보험서비스 디지털 혁신과 비대면 채널 강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면서 “카카오페이 외에도 토스 등 지속적으로 핀테크 기업과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교보라이플래닛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고객에게 보험관련 편의를 제공하고자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면서 “이번 협력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차별화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보험상품 판매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보생명이 카카오와 손잡는 이유는 디지털로의 전환이 이미 보험업에도 ‘미룰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를 더욱 앞당겨 보험사들로 하여금 ‘비대면·온라인 보험’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들어 임직원들에게 디지털로의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신 회장은 ‘디지털 교보 2020’을 선포하면서 "코로나19가 바꿀 세상을 위해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월 신 회장은 ‘2020년 출발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교보’로의 경영방침을 밝힌 바 있다.

 

어차피 도입해야 하는 디지털이라면 국내 최대 생활·금융 플랫폼을 모두 소유한 카카오와 손을 잡고 '제대로' 해보겠다는 신 회장의 의중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와 손잡은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가입자 수 30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페이와 선보인 ‘내보험 관리’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이용자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대내외적 위기 의식’도 카카오와 활발한 제휴 추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211억원으로 전년 동기(2830억원) 대비 57.2% 급감했다. 또 현재 신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들과 3년째 2조원대의 지리한 소송 중이며, 얼마 전에는 관련 회계법인을 미국 당국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