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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꿈의 직장에서 위기의 직장으로"...정유빅4, 핵폭탄급 칼바람 분다

유가 폭락·마이너스 정제마진·공급과잉 ‘삼중고’
희망퇴직 신청·임원 급여 삭감…‘허리띠 졸라매기’

 

[FETV=김창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최악의 업황을 맞이한 정유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S-OIL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한 데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임원 급여 20% 삭감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황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힘들다"고 말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의 영업손실 규모는 수천억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폭락에 정제마진 부진이 겹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고부가가치 저유황유 가격마저 하락하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이 우려된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이달 20달러선으로 추락하면서 재고손실만 수천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입게 된다.

 

함형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정유사별 재고평가 손실은 SK이노베이션 5000억원, S-OIL 2500억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마이너스 전환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달 첫째 주 배럴당 1.4달러였던 정제마진은 셋째주 -1.9달러로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으로 손익분기점은 4달러다. 현재의 정제마진으론 정유사는 제품을 생산할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또 정유업계의 ‘새 먹거리’로 기대를 모았던 저유황유 가격도 미끄러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전 세계 선박연료의 황 함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낮추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시행했다. 정유업계는 이런 변화에 발맞춰 그간 황 함량이 낮은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에 투자해왔다.

 

정유사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고유황유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가격이 비싼 저유황유 판매가 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선박 물동량이 줄면서 저유황유 가격도 급락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저유황유 가격은 이달 18일 처음으로 톤(t)당 300달러 이하로 떨어진 뒤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기준 t당 263달러에 그쳤다.

 

여기에 중국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석유제품 공급과잉 상태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JLC에 따르면 중국 산둥 지역 정유사 가동률이 지난주 49%로 2월 말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이번 주에는 가동률이 57% 안팎으로 뛰어오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에 정유사들은 비용 절감을 단행하고 정제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비상경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4일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의 급여 20% 반납과 경비예산 최대 70% 삭감 등 불요불급한 비용 전면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를 시행하기로 결의했다. 정제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말 90%로 낮춘 뒤 올리지 못하고 있다.

 

SK에너지도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80%로 종전보다 10~15% 가량 낮췄다. S-OIL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준비 중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 수요가 언제쯤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적 개선은 3분기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