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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 ‘DLF·라임 사태’ 온도차

작년 사모펀드 개인 판매, 은행↓ 증권사↑
증권, 올해 감소 가능성 높아

 

[FETV=유길연 기자] 지난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로 은행의 사모펀드 개인 판매잔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증권사는 사모펀드 개인 판매규모가 늘어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라임펀드 사태’에 증권사가 깊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 올해 초 알려지면서 증권사의 사모펀드 판매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은행권 사모펀드 개인 판매 잔액은 7조6768억원으로 DLF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작년 7월(10조9691억원)에 비해 30% 줄었다.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사모펀드 판매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작년 8월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하나·우리은행이 판매한 DLF가 원금 손실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사모펀드를 찾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하나·우리은행이 주로 판매한 DLF는 독일 국채 10년 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사모펀드다. 

 

8월 말 은행권 사모펀드 개인 판매액수는 1달 전에 비해 약 6% 줄었다. 이후 9월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의 손실률이 60%으로 확정되면서 DLF사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됐다. 이에 9월 말 은행권의 사모펀드 개인 판매액은 9조5034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조원 가까이 줄었다. 

 

또 10월에는 라임자산운용이 설정한 사모펀드인 4개의 모(母)펀드와 여기에 투자된 173개 자(子)펀드의 환매가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자펀드는 주로 은행에서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판매된 것이 알려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작년 12월 원금의 20%를 넘는 손실 위험이 있는 고난도 사모펀드는 은행판매를 금지했다. 따라서 은행권의 사모펀드 개인 판매잔액은 작년 말 7조원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증권사는 작년 12월 사모펀드 개인 판매잔액은 16조187억원으로 7월(15조8045억원)에 비해 비해 약 3000억원 늘었다. DLF 사태에도 증권사 사모펀드 개인 판매잔액은 8월 15조8209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늘었다. 10월 라임펀드 사태로 판매 규모가 소폭 줄어들었지만 11월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DLF·라임펀드 사태로 증권사 보다 은행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은행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융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예금과 적금을 주로 취급한다. 금융투자 상품을 구매할 때는 은행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은행 사모펀드 판매 잔액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은행 직원들이 DLF 판매 시 소비자들에게 해당 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다. 특히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에 넣으려던 70대 고령자 투자 비중이 20%가 넘는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또 이번 DLF 사태는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은행은 DLF 상품에 대한 자산운용사가 제공한 수익률 모의시험(백테스트) 결과를 자체 검증없이 그대로 직원 연수 및 DLF 상품 판매시 활용했다. 이에 더해 은행은 기초자산인 채권금리의 하락으로 이미 판매한 DLF의 손실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은행은 오히려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품구조를 바꿔 약정수익률을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가로 상품위험성을 높여 판매를 지속한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이번 DLF·라임펀드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꾸준히 다뤄온 금융투자업계 회사들이 아닌 은행이 판매하는 것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내부통제를 강화하더라도 상품을 다뤄온 노하우에서 증권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DLF 사태는 은행 직원들의 전문성의 문제라고 본다”라며 “은행 지점창구 직원들 가운데 금융투자상품과 관련된 자격증을 가진 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도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월부터 증권사가 라임펀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와 수익률 조작 등의 사건에 중심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모펀드 개인판매가 앞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다.  

 

특히 라임운용이 펀드 수익률을 조작하는데 있어 신한금융투자가 가담했다는 혐의는 증권사들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트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라임운용은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고객 돈 2500억원과 라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투에서 차입한 3500억원을 더한 6000억원을 투자했다. 

 

TRS는 운용사를 대신해 증권사가 자산을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대출 개념이다. TRS 계약을 한 증권사는 채권자로서 펀드 손실 위험시 1순위로 원금을 회수한다. 때문에 해당 펀드가 손해를 볼 경우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우선 원금을 회수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진다.

 

2018년 11월 라임자산이 투자한 해외 무역금융펀드(IIG펀드)가 가짜 채권을 만든 사실 등이 미국 금융당국에 적발돼 청산절차에 들어간다는 메일을 수신했다. 그러나 라임운용과 신한금투는 이 같은 사실을 고객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펀드의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임의 조작했다. 

 

신한금투는 부실펀드 인지 이후에도 정상 펀드처럼 지속적으로 판매를 했다. 투자 대상의 부실로 손실이 났음에도 이를 숨기고 수익률을 조작해 투자자들의 손실을 더욱 키운 것이다. 신한금투의 라임펀드 개인 판매액은 3248억원으로 전체 금융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다. 

 

더구나 신한금투는 TRS 계약으로 원금을 회수하기가 개인투자자들에 비해 훨씬 유리하면서 이 같은 조작 행위에 가담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신한금투 외에도 대신증권도 1076억원 규모로 라임펀드를 판매해 불완전판매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금투의 라임펀드 수익률 조작 사건을 봐도 증권사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금지를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이야기다”라며 “증권사가 전문성이 아무리 높아도 라임펀드 사태처럼 고객에게 알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