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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신학철의 LG화학, 배터리戰 승기 잡고 美전기차와 ‘맞손’

SK이노와 소송전서 유리한 고지, 수천억대 합의설도…“현 단계 접촉 없어”
‘테슬라 라이벌’ 루시드 모터스社 배터리 독점공급으로 상승세 이어가
“누적된 노하우·양산경험 발판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1위 목표” 포부

[FETV=김창수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SK이노)과의 오랜 배터리 소송전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SK이노의 조기패소 판결을 받아들며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이에 양측의 합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합의금 규모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상승세를 탄 LG화학은 최근 미국의 유력 전기차 업체에 배터리 독점공급 계약까지 따내며 ‘호재’를 이어갔다. 오랜 양산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지난 14일 LG화학과 SK이노 측은 미 ITC가 양사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판결은 ITC가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으로 더 이상의 추가적인 사실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을 내린 것이다.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예비 결정이 최종 결정에서 뒤집힌 사례는 지난 1996년부터 25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SK이노 측이 LG와 합의하지 못한 채 최종 결정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는 배터리 부품 등을 미국 내로 수입할 수 없게 돼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열세에 놓인 SK이노 입장에선 약 3조원 가까이 투자한 미국 사업을 사수하기 위해선 합의 외엔 달리 대안이 없다는 분석이다.

 

합의 조건에 대한 얘기는 파다하다. 업계와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LG화학 측이 ITC 소송 제기 후 SK이노베이션 측에 무조건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및 200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제시했다는 설이 돌았다. 5000억원의 합의금 규모는 이를 바탕으로 할증을 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 제기 이후 SK이노 측에 어떠한 합의금 등 조건을 제시한 적도 없기 때문에 2000억원이란 금액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배터리 소송전’과 유사한 사례로는 LG화학이 지난 2017년 중국 배터리 기업 ATL과 벌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특허소송이 꼽힌다. ITC 제소까지 갔지만 결국은 ATL로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3%를 매년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분쟁을 조기에 끝낸 바 있다.

 

승기를 잡은 LG화학 측에 SK이노가 어떤 조건으로 합의 제의를 해올 지와 더불어 그동안 개입을 자제하고 있던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간에서 일정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LG화학은 미국의 유력 전기차 업체와도 손잡고 배터리 분야의 본격적 외연 확장에 나섰다. LG화학은 지난 25일 미국 루시드 모터스의 ‘루시드 에어(Lucid Air)’ 표준형 모델에 올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공급 규모나 금액은 계약 조건상 밝히지 않기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뉴어크에 본사를 둔 루시드 모터스는 지난 2007년 ‘Atieva’라는 사명으로 설립돼 2016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테슬라의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지낸 피터 롤린슨이 CEO로 있다. 2018년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로부터 10억달러(약 1조 1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업체다.

 

루시드 모터스는 올해 하반기 첫 양산차량인 루시드 에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루시드 에어는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2.5초에 도달하며 충전 시 주행거리는 643km에 달하는 럭셔리 전기차 세단이다.

 

 

LG화학은 우선 루시드 에어의 표준형 모델에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추후 스페셜 모델로도 배터리 공급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루시드 모터스에 공급할 ‘21700’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21mm, 높이 70mm의 외관을 갖춘 제품이다. 기존 원통형 ‘18650’ 배터리(지름 18mm, 높이 65mm) 대비 용량을 50% 높이고 성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21700’의 상용화로 기존 ‘18650’에 비해 적은 수의 배터리를 연결해 원하는 용량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원통형 전지의 수가 줄면 각 전지의 전류를 관리하는 부담이 줄어 안전성이 높아진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루시드 모터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서 기존 파우치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며 “전기차 원통형 배터리 시장도 적극 공략해 향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글로벌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