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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하나금융·카카오·SKT·현대차의 '디지털 보험' 판 키우기

 

 

[FETV=권지현 기자] 디지털 손해보험 '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하나금융그룹은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발표하며 더케이손보를 디지털 종합 손해보험사로 육성하겠다는 밝혔다. 국내 세 번째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선언한 것이다.

 

앞서 한화손해보험을 대주주로 하는 '캐롯손해보험'이 지난 1월 중순 디지털손보 포문을 열었다. 캐롯손보는 대주주인 한화손보(지분 75.1%) 외에 SK텔레콤(9.9%)·알토스벤처스(9.9%)·현대차(5.1%) 등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는 두 번째 참여를 준비 중이다.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와 손잡고 내달 초 금융위원회에 디지털손보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갖고 카카오와 삼성화재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협의 중이다. 업계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60~70%, 삼성화재가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모바일· IT·자동차 분야 ‘큰 손’들이 디지털 손보사 설립에 뛰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금융, UI(사용자 환경)의 대중화

 

카카오페이 간편 결제 서비스의 누적 가입자는 3000만명을 넘어섰다. 네이버페이 역시 가입자가 3000만명이며, 삼성페이도 1400만명을 기록 중이다. 공인인증서 없이도 송금이 가능하며 주식 매매 역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이뤄진다. 금융 전 역역에서 사용자 중심의 ‘빠른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인터넷·모바일 등의 채널을 통한 초회 보험료(계약 후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는 2016년 92억6800만원에서 2017년 102억500만원, 2018년 138억6700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그렇다면 ‘디지털’손보는 무엇이 다를까. 기존의 보험사는 가입, 보험금 청구 등은 앱으로 가능하지만 보험 증권은 우편으로 발송했다. 한마디로 ‘완전한 디지털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반면, 디지털보험은 ‘완전한 디지털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점에서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먼저 제안한 삼성화재가 아닌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갖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캐롯손보는 보험 관련 모든 업무가 앱을 이용한 디지털로 이뤄지며, 증권 역시 이메일 발송한다”고 말했다.

 

◇ 인구구조 변화... 업계 지속적인 성장 기대

 

1인 및 노인 가구의 증가는 어제, 오늘의 화젯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금융상품과 연관시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새로운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합리적인 보험료로 개인의 생활 패턴에 꼭 맞는 상품에 대한 필요로 이어진다. 노인 가구의 증가는 가입부터 관리까지 매우 손쉬운 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저금리와 손해율 악화로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2022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까지 더해지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본 확충이 시급해진 보험사들이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통해 ‘숨통을 트이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14일 “1인 가구 증가, 인구 고령화 등의 사회 변화와 맞물린 선진국형 시장구조로의 변화로 인해 향후 손해보험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 금융당국의 도움도 한 몫

 

디지털 손보에 대한 바뀐 금융당국의 인식도 디지털보험 판이 커진 데 큰 몫을 했다. 금융당국은 인슈어테크(보험+기술) 활성화를 위해 업계와 민관합동기구를 만든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관 합동 인슈어테크 추진단을 발족해 운영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구에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추진단, 금융감독원 핀테크 혁신실, 손해보험협회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토스 등과 같은 핀테크(금융+기술) 기업들이 제도의 미비로 많은 어려움에 처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달라졌다. 이는 시장구조의 변화를 금융당국 역시 체감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민관합동기구를 통해 금융당국과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됨에 따라 디지털보험 시장 진출 및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결국은 ‘종합 금융 플랫폼 1위’ 향한 경쟁?

 

배재현 카카오 투자전략실 부사장은 최근 진정한 월렛리스(walletless·지갑 없는) 시대 구현을 위한 '머니 2.0' 전략을 소개하며 결제·증권·보험까지 융합하여 국내 테크핀 산업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구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계 도전장을 내밀었고,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 1154명을 넘어섰다. 은행, 증권에 이어 보험 부문까지 갖출 경우 카카오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만만치 않다. 하나금융이 더케이손보를 인수한 이유는 그룹 내에 없는 사업 부문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그룹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손해보험업 진출을 검토해왔다.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만하다. 캐롯손보가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SK텔레콤을 2대 주주로 하여 한배를 탄 만큼, 종합 금융 플랫폼을 향한 행보를 시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