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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실종사건'에 KB금융이 왜 나와

'벌집군집붕괴현상'에 꿀벌 생태계 회복 'K-Bee 프로젝트' 주목
이상기후 심각성 알린 'ESG' 확장...하나금융도 꿀벌 살리기 나서

 

[FETV=권지현 기자] #경북 포항 호미곶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양봉장. 이곳에는 벌통이 원래 200개가 넘었지만 최근 30개가량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한 양봉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80개 정도이던 벌통은 이제 고작 5개밖에 남지 않았다. 재작년부터 꿀벌의 집단 실종 사태가 이어지자 벌통 수 역시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올 겨울에도 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꿀벌'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금융그룹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간 금융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 '친환경(E)' 활동은 기후변화 대응, 페이퍼리스(paperless) 등 일부 영역에 집중됐기에 '꿀벌 실종'을 들여다보는 이들의 노력이 반갑고 새롭다는 평가다.

 

꿀벌의 중요성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꿀벌의 작품인 꿀, 프로폴리스, 밀랍, 로열젤리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야생식물의 90%, 식용작물의 75%가 꿀벌 수분으로 생식하기에 꿀벌은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곤충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견과류, 과일, 채소, 커피, 소·돼지 고기 등의 육류, 각종 유제품, 식용유를 만드는 유채와 해바라기, 심지어 면화까지 모두 꿀벌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유엔(UN)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꿀벌의 경제적 가치를 최대 740조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런 꿀벌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이상고온, 살충제, 꿀벌응애와 같은 해충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실종사건'이 보고된 이후 현재 전 세계 꿀벌의 3분의 1이 자취를 감췄다. 이에 지구촌 곳곳에서 사라진 꿀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도심 옥상을 이용해 안전한 꿀벌 서식지를 만드는 것이 한 예다. '도시 양봉'은 도시가 오히려 농촌보다 꿀벌들의 활동에 좋은 환경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미국 시카고 실험 결과 같은 수의 꿀벌을 통해 도시에선 26Kg의 꿀을 수확했으나 농촌에선 이보다 9Kg 적은 17Kg의 꿀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선 KB금융그룹이 지난해 4월 도시 양봉장을 조성했다. 꿀벌 서식지 조성을 위해 도시 양봉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와 함께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K-Bee' 도시 양봉장을 만들었다. 꿀벌 약 12만 마리가 서식할 수 있는 규모로, KB금융은 이 양봉장에서 수확한 꿀을 지역 내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할 계획도 갖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 옥상 양봉장에 있는 꿀벌 가운데 일부는 이번 겨울을 지나면서 소실되기도 했다"면서 "꿀벌을 키우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K-Bee 프로젝트가 은행에서 시작해 그룹 차원으로 확장된 만큼 프로젝트를 잘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작년 5월 꿀벌 생태계 회복을 위해 본격적으로 'K-Be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꿀벌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도움을 주고자 나무심기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함께 강원도 홍천 지역에 꿀벌을 위한 밀원숲 조성에 나섰다. 이곳에 향후 4년간 헛개나무, 백합나무 등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인 밀원수 10만 그루를 심는다.

 

프로젝트 일환으로 '벌집군집붕괴현상,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 보고서도 냈다. 벌집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란 무리를 지어 사는 꿀벌 군집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으로, KB금융은 꿀벌 실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이번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지난 연말까지 그룹 유튜브 채널에 '꿀벌의 경고' '꿀벌의 선물' 영상을 공개, 의미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꿀벌의 소중함을 알리고 꿀벌 생태계 회복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고자 영상을 제작했다"며 "이러한 노력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져 꿀벌을 되살리기를 위한 작은 실천들이 국민 모두의 생활 곳곳에서 번져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그룹도 지난해 경남 양산에 '하나 비 컴백 농장'을 설립, 도시 양봉에 힘을 보탰다. 하나금융은 양봉 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 양봉가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도시 양봉 체험, 가족 주말 농장 등도 계획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 비 컴백 농장' 조성 후 현재 꿀벌 개체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번 도시 양봉 사업이 생태계 회복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