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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중국 말고 미국”...글로벌 핸들 돌리는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서경배, ‘재정의‧재정비’ 필요성 밝혀
중국 봉쇄 타격, 상반기 실적 뒷걸음
북미 공략 박차…美 ‘타타 하퍼’ 인수

 

[FETV=김수식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변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서 회장은 올해 초 ‘뉴 뷰티’를 선언, 경영악화 속에서도 재기를 시도했지만 다소 탐탐치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부 뒷걸음치며 뼈아픈 실적을 받아들여야 했다. 결국, 서 회장은 자존심이 상했고 결국 회사를 ‘재정의’ 하는 내용의 극약 처방을 내렸다. 그 일환으로 그간 공을 들이던 중국을 뒤로하고 미국에 힘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올해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창립 77주년을 맞는 해이다. 지난 2일 서 회장은 ‘고객과 세상, 우리 모두를 진화시키는 아름다움의 미래를 열어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서 회장은 이날 “현재는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을 ‘고객’에 두고, 비즈니스를 재정의하고 재조정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은 무한한 가능성의 시대에, 국내외 고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자”고 전했다.

 

그는 또 “고객의 일상 전반으로 시야를 확장하고, 디지털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객 가까이에 자리하며, 고객과 세상이 직면한 어려움에 공감하는 ‘뉴 뷰티’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자”며, “창립 이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되새기며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서 회장 발언의 경위는 올해 상반기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상반기 2조2892억원의 매출과 16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14.9%, 영업이익은 46.9% 감소한 결과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2분기 실적이 부진하며 전체적인 실적 하락세를 면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2분기의 경우 아모레퍼시픽그룹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21.3% 감소한 1조26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0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전년대비 19.6% 하락한 9457억원의 매출과 195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외 사업 모두 중국의 영향이 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국내 사업은 라인 채널에서는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중국 봉쇄로 인한 면세 채널의 부진으로 인해 전체 실적이 감소했다. 해의 사업 역시, 중국 봉쇄로 인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부진하며 33.2% 하락한 29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대신 북미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미국의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타타 하퍼 브랜드의 운영사인 ‘Tata’s Natural Alchemy’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수를 위해 유상 증자로 1681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수를 통해 북미 뷰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타타 하퍼와 함께 강도 높은 마케팅 활동을 펼쳐 북미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 먼저, 타타 하퍼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 및 신규 카테고리 확장을 시도하고, 생산물류 시설 및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타타 하퍼의 수익성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타타 하퍼의 북미, 유럽 비즈니스 확대와 아시아 시장 추가 진입을 위한 재정비 작업도 병행한다.

 

앞서 내부 조직에 대한 움직임도 감지됐다. 서 회장의 장년 서민정씨는 올해 1월쯤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룹 전략실에서 근무하던 서 담당은 아모레퍼시픽(AP) 브랜드를 주력으로 맡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조직 개편과 팀장급 인사도 단행했다. 뷰티업계에서 ‘서민정 체제’를 본격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겠냐며, 아모레퍼시픽이 3세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서 담당이 비교적 다루기 쉬운 40대가 임원으로 승진한데다 그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주력 계열사 중 두 곳의 대표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 1일자로 1978년생 최민정 이니스프리 대표이사, 1978년생 노병권 아모레퍼시픽 데일리뷰티 유닛장, 1973년생 유승철 코스비전 대표, 1979년생 이연정 에스쁘아 대표이사 등을 새로 선임했다. 서 담당은 1991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