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던 소주의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수식 기자]](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309/art_16462723736108_56540d.jpg)
[FETV=김수식 기자] “저희도 곧 올릴 예정이에요.”
2일 늦은 저녁, 서울시내 한 식당을 찾았다. 술을 한 병 시키며 “여긴 술값이 안 올랐네요”하고 물으니 식당 주인은 ‘곧 올릴 예정이다’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걱정이다. 코로나19로 가득이나 손님이 줄었는데 음식에 술값까지 올리면 식당에 얼마나 찾아올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가격을 안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가가 안 오른 게 없어 소주를 그대로 팔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벌써 주변에선 가격을 올린 데도 있다고 했다.
올 초부터 두부에서 커피, 우유, 음료, 빙과, 스낵, 소주 등 매일 먹고 마시는 식음료들이 경쟁하듯 줄줄이 오르더니 결국, 서민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소주도 가격표를 하나씩 교체하기 시작했다. 신호탄은 하이트진로가 쐈다. 곧이어 무학과 보해양조, 한라산소주도 소주값 인상에 합류하더니, 롯데칠성음료와 대선주조도 소주 가격을 올리겠다고 알렸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3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격을 7.9% 인상했다. 360㎖ 병과 일부 페트류가 인상대상이다. ‘진로’는 2019년 출시 후 처음으로 출고가격을 인상하게 됐다. 참이슬과 동일하게 7.9% 인상한다.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의 소주값 인상은 업계의 ‘도미노 인상’을 우려하게 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무학과 보해양조도 소주값 인상대열에 합류했다. 무학은 지난 1일 소주 ‘좋은데이’와 ‘화이트’의 출고가를 1163.4원으로 평균 8.84% 인상했다. 무학의 소주 출고가 인상은 2020년 1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보해양조는 다음날인 2일 ‘잎새주’, ‘여수밤바다’, ‘복받은부라더’ 등의 출고가를 평균 14.6% 인상한다. ‘보해소주’도 오는 16일부터 출고가를 올린다.
한라산소주도 3년여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 회사는 3일 ‘한라산21’과 ‘한라산순한17’ 등 주요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8%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거래처에 공문을 발송했다. 기존 1081원(360㎖ 기준)이었던 한라산순한17은 1168원으로 8.0%, 1186원이었던 한라산21은 1285원으로 8.3% 올랐다.
소주 업계 2위 ‘처음처럼’을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와 부산을 지역기반으로 한 대선주조도 결국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5일부터 처음처럼을 포함한 주요 제품의 소주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소주 ‘처음처럼’ 병제품은 7.7%, 페트 제품은 640㎖ 한 품목만 6.7% 인상한다. ‘청하’와 ‘수복’ 등 청주 제품도 인상된다. 청하와 ‘청하Dry’는 5.1%, ‘명가’ 1.8리터는 7.0% 오른다. 수복은 용량별로 180㎖ 7.4%, 700㎖ 7.1%, 1.8리터 7.0% 인상된다. 과실주 제품 ‘설중매’ 360㎖와 ‘설중매골드’ 360㎖도 7.0% 오른다.
대선주조는 오는 8일 ‘시원’과 ‘대선소주’, ‘다이아몬드’ 등 소주 출고가를 평균 8.06% 인상한다. 대표 제품 시원과 대선소주은 1071.8원에서 1166.6원으로 94.8원(8.84%), 다이아몬드는 1019원에서 1096원으로 77.00원(7.56%) 오른다. 대선소주와 시원의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8여 개월만의 인상이다. 640㎖, 1.8L 페트 제품 인상률은 7.9%로 인상폭을 낮췄다.
소주업계는 이번 소주 가격 인상은 원부자재값 인상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호소한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소주의 핵심 주원료인 주정값이 10년 만에 7.8% 올랐고, 제품마다 사용되는 병뚜껑 가격도 16%, 빈용기 보증금 취급수수료 등도 인상됐다. 물류비와 인건비, 빈병, 박스 값 등도 줄줄이 올랐다.
소주에 이어 맥주 가격도 꿈틀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오는 8일부터 ‘카스’, ‘한맥’, ‘오비라거’ 등 국산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7.7% 인상한다. 오비맥주가 국산 브랜드의 출고가를 올리는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맥주의 주 원료인 국제 보리 가격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3% 급등했다. 가정용 캔 제품의 핵심소재인 알루미늄의 경우 2021년 국제시세가 전년대비 45%나 폭등했다. 국제 원자재 및 포장재 가격은 2022년 들어서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 6년간 경영합리화와 비용절감 노력으로 가격을 동결해왔으나 외부 비용 압박이 전례 없이 심화되고 있어서 일부 제품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용 증가 요인 대비 가격 조정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