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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긱 워커'...더딘 은행권 준비, 왜

국내 긱 워커 220만명...한은 "긱 경제 가파르게 성장할 것"
은행, '급여담보대출'에 머물러...상품·서비스 개발 필요

 

[FETV=권지현 기자] 바야흐로 '긱 워커(Gig Worker)' 전성시대다.

 

'긱 워커'는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긱 워커는 우리 실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을 활용해 전일제·시간제 등으로 근무하는 라이더, 수도권·지방 등 곳곳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플랫폼을 통해 정기·비정기적으로 근무하는 노동자 혹은 'N잡러' 등이 모두 긱 워커에 해당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업무와 재택근무가 늘면서 긱 워커가 급증하고 있다. '긱'이라는 새로운 노동형태가 일반화되기 시작하면서 종사자와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불고 있다. 이에 관련 금융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은행권의 준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긱 워커 수는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 실태'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사이트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알선을 통해 일감·수입을 얻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약 220만명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전체 취업자(만 15~69세)의 8.5% 수준이다.

 

이들 긱 워커들이 만들어내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 한국은행이 2019년 발표한 '글로벌 긱 경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 노동 산업은 2010년대 초반 자금조달을 통한 사업화가 시작된 이래 꾸준히 성장해 2017년 기준 약 820억달러(한화 96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65% 성장했다. 아직 국내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한은은 플랫폼 개발·발달이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우리나라 특성상 세계 톱 수준으로 긱 경제 규모가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긱 경제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은행의 대응은 이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형 은행들이 내놓은 긱 워커 관련 상품은 플랫폼 노동자의 급여를 '담보'로 한 대출 상품이 전부다. 다음 급여일까지 자금사정이 빠듯한 긱 워커들을 위해 고안한 것이다. 신한·하나은행이 '급여선지급'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상품을 출시해 통상 월 급여액의 70%, 주급·일급의 60%까지 자금을 지원한다. 대출 기간은 1개월이며, 급여일에 급여가 입금되면 대출금은 자동으로 상환된다.

 

신용대출의 경우 관련 상품을 더 찾기 힘들다. 국내 19개 은행 가운데 수협은행이 최대 5년·3000만원, 최저금리 3.67%의 대출조건을 내걸고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정도다.

 

여기에는 '아직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은행권의 인식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긱 워커가 우리 생활과 밀접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해야 하는 은행 특성상 상품 출시과 관련해 아직은 긱 경제 성장 추이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긱 종사자 수와 관련된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제대로 뛰어들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뜻이다. 긱 워커의 경우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이 많아 아직은 수익성보다는 위험이 더 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은행권이 좀 더 확장된 시야를 가지고 긱 근로자 상황에 맞춘 다양한 상품군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의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국내 플랫폼 발전 속도와 근로 형태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안목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대출 상품에 더해 긱 워커를 대상으로 한 전용 예·적금, 신용카드 혜택,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보험)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은행·보험 등 정통 금융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긱 근로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긱 경제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긱 근로자들의 금융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로부터 파생되는 기회를 은행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