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올해 상장을 예고한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전국화에 이어 본사를 확장이전하면서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쿠팡을 필두로 SSG닷컴, 네이버 등 경쟁업체들이 연이어 새벽배송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새벽배송의 원조인 마켓컬 리도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셈이다. 친환경경영과 새벽배송 전국화를 동시에 추진 중인 컬 리가 상장레이스를 완주할지 업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 컬리, 논현동에서 역삼동으로 본사 확장 이전=마켓컬리는 이달 사무실을 확장이전했다. 기존 논현동 본사에서 역삼동으로 이동했다. 최근 회사의 볼륨이 커지면서 직원수가 늘어나면서 사무실을 이전했다. 단순 사무실 이전을 넘어 상장, 전국배송 시스템 구축 등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의지라는 평가다.
마켓컬리는 한국타이어엔테크놀로지 건물 2층과 13~18층을 사용한다. 새 사무실은 상품 테스트를 위한 조리실, 제품 이미지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직원 소통 공간인 대형 타운홀 등을 갖췄다.
마켓컬리 직원수는 2019년 362명에서 지난해 말 1000명을 넘겼다. 원래 본사가 있던 논현동 이래빌딩에선 이 인원이 모두 함께 일할 수 없어 일부 팀은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48명을 고용했으며 이는 직전년도 대비 688명(191.1%)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회사는 올해 IT 개발자를 2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는 90명 수준이다. 이 같은 직원 증가세를 고려해 컬리는 당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옥 5개층만 임차하려 했다가, 2개 층을 추가 임차한 상태다.
◆ 컬리 연내 상장 목표...5월부터 충청권 새벽배송 개시=컬리의 이번 본사 확장은 새벽배송 확대와 함께 상장을 위한 포석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컬리는 이달 1일부터 CJ대한통운과 대전·세종 등 충청권 지역을 시작으로 새벽배송 확대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에는 영남과 호남 등 남부권까지 대상 지역을 넓히며 샛별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은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에 소비자의 집 문 앞에 풀콜드체인 방식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마켓컬리는 지금까지 서울∙수도권에만 샛별배송을 운영했고 수도권 외 지역은 익일 내 배송을 진행해왔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컬리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신선식품 새벽배송 노하우와 CJ대한통운의 우수한 물류 인프라가 잘 결합되어 높은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신선하고 우수한 품질력을 갖춘 상품을 더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샛별배송 전국 확대를 위해 앞으로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온라인 최저가 정책을 도입하고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지난 12일 장바구니의 기본이 되는 기본 채소, 과일, 수산, 정육, 유제품과 쌀, 김 등 60여가지 식품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도입했다.
이달 31일까지는 신규 TV광고 론칭에 맞춰 100원딜과 무료배송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출 볼륨을 키우기 위해 전체 상품 가짓수(SKU)도 확대할 예정이다. 마켓컬리의 전체 상품중 식품 비중이 높다. 나머지 비식품군도 주방용품이 주다.
◆ 새벽배송 선구자 마켓컬리...지난해 매출 1조육박=마켓컬리는 올 3월 상장 계획을 발표한뒤 착실하게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주관사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고 빠른 시일 안에 주관사단과 킥 오프 미팅을 열고 상장 절차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마켓컬리의 상장은 쿠팡의 상장과 함께 공개됐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데뷔한 날 마켓컬리도 연내 상장 계획을 밝힌 것이다. 당시 김슬아 대표는 회사 내부 회의를 통해 컬리의 기업공개(IPO) 일정에 대한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김 대표는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업계의 경쟁 상황 때문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 성장에 따라 투자하고 싶은 영역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달 자금은 물류센터와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쿠팡에 끌려다니지 않고 컬리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생존하기 위해서는 컬리 역시 대규모 자본 유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연내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들어간 것은 맞다. 미국 증시로 한정하지는 않았다"면서 "한국과 미국 시장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계기준도 일반기업회계기준(K-GAPP)에서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외부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도 기존 대주회계법인에서 삼정회계법인으로 교체했다. 업계는 이번 회계기준 변경이 기업공개(IPO) 착수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15년 문을 연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의 선구자다. '샛별배송'으로 불리는 새벽배송을 도입해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프리미엄' 상품으로 입소문을 탄 마켓컬리는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며 신선식품 분야에서 국내 주요 유통업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그 결과 2015년 29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9년에 4289억원으로 불어났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컬리가 최근 주주들에게 김슬아 대표 이름으로 보낸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서 밝혀진 수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쿠팡과 나란히 2배 안팎의 매출 성장을 이룬 셈이인데 가파른 매출 성장세에 회사 내부에서도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마켓컬리가 쿠팡의 상장과 동시에 상장추진 계획을 밝힌 것이 작년 실적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컬리 측도 최근 상장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연 매출이 1조원 수준이라며 컬리의 재정 상황이 기업공개(IPO)가 가능할 정도로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컬리가 쿠팡에 이어 미국 직상장을 노릴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컬리의 행보가 쿠팡과 비슷한데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면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김 대표의 지분이 지난해보다 약 4% 떨어지면서 차등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 증시 상장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김 대표는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한 전체 3037만6633주 가운데 202만6755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6.67%다. 컬리가 지난해 5월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외부에서 자금 조달을 계속하면서 투자자들의 지분이 늘어난 영향이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는 한국법을 적용받는 국내 법인이어서 미 증시에 상장해도 차등의결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수익성 증명은 과제..."초심 잃지 않고 가겠다"=컬리가 미국 직상장을 위해서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아직 수익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마켓컬리의 최대 고민거리다. 2014년 설립된 마켓컬리는 연전히 적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영업손실액은 116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012억원)보다 더 늘었다.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2777억원에 달한다.
다루는 상품군도 3만여개에 그친다. 직매입 방식이고 큐레이션 커머스인 특성이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절대적인 가짓수가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이 4200억원 수준, 누적 영업적자를 고려해도 아직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주총회 통지서에 나온 실적과 관련해 "주총 참가자들을 위해 대략적인 숫자를 먼저 전달한 것"이라면서 "정확한 숫자는 회계 과정을 거쳐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켓컬리와 김대표는 마켓컬리의 정체성인 식품 사업에 계속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지난 30일 진행된 김포 물류센터 기자간담회에서 마켓컬리가 선별해 제공하는 제품들을 모두 직접 맛보고 있다"면서 사업을 다른 제품 영역으로 확장하기보다는 계속 식품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컬리의 목표인 고객가치와 새로운 고객경험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수익성은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컬리의 시장 지위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김 대표는 “2015년에 컬리를 창업한 이후 2016년부터 1년에 하나씩 경쟁사가 생겼다”며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메인스트림 모델이 새벽배송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