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미국의 글로벌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이 11번가를 통해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구도가 아마존의 진출로 변화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강력한 1위 업체가 없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특성상 아마존이 평소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IT기기 등을 필두로 한국 진출을 본격화 한다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아마존 11번가 통해 한국 진출...“글로벌 유통플랫폼으로 성장”=아마존이 11번가를 통해 한국 시장에 우회 진출한다. 이미 적지 않은 한국 소비자가 직접구매(직구)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아마존이 11번가와 손잡으면서 국내 인터넷 쇼핑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16일 아마존의 11번가 지분 참여 약정 등 이커머스 사업 협력을 공식화했지만,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일단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11번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선보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이 11번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와 직접 만나게 되는 것이다.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도 체결한다.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SKT는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셀러들이 해외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서는 우선 아마존이 11번가를 일종의 '배송대행지' 통로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직구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항상 접근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아마존을 편하게 이용한다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판매 상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 등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 이미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인점과 충성고객 확보에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아마존의 진입이 어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 이상호 사장 11번가 ‘커머스포털’ 경쟁력 강화 박차...“성장, 수익성 다 잡는다”=아마존의 진출이 결정되면서 11번가가 이커머스 업계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독립 출범한지 1년만에 연간흑자 14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커머스업계의 신선함을 일으켰다. 초저가 경쟁과 할인경쟁으로 적자가 당연했던 이커머스 시장에서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예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연간 기준으로 2018년 대비 692억원의 손익 개선을 이뤄냈다.
다만 비효율적인 사업을 줄이고 마케팅비용울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 결과 매출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은 약점을 꼽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업체들이 호황을 누린 가운데 영업손실 48억원, 50억원을 기록하면서 이런 시선은 더욱 커졌다.
커머스포털을 너무 강조하면서 컨텐츠 차별화에만 집중하다보니 외형적인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올 3분기 다시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전분기 대비 5.8% 증가했다.
이상호 사장은 “그동안 11번가는 여러 시장 상황의 변화와 예측하지 못한 변수 발생에도 고객과 판매자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며 “국내 비교불가의 쇼핑 축제 ‘십일절 페스티벌’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올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마존이라는 든든한 동맹을 얻게되면서 현재 이커머스 업계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네이버와 쿠팡에게 도전할 힘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11번가는 9월 이커머스 앱 순이용자수에서도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상승세를 입증했다.
또 이상호 사장이 커머스포텉이라는 큰 그림을 내걸고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과 제휴에 힘을 싣고 있어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이마트는 물론, 생활가전 브랜드 다이슨과 이커머스 업계 단독 제휴를 맺었고, 안마의자 1위 바디프랜드와도 제휴를 맺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도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네이버, CJ 동맹 통해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 속도...1위 굳힌다=네이버와 쿠팡은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네이버는 CJ와의 전략제휴를 통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물류 인프라까지 확보하며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콘텐츠, 물류에 있어 독보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 CJ 그룹과의 협업으로 국내외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의를 제공해나가고자 한다”며, “네이버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만남을 두고 서로간의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는 평가와 함께 단순한 제휴가 아닌 동맹, 혈맹을 맺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다른 기업과 지분을 맞교환한 사례 중 최대 금액인 데다, CJ그룹이 국내 대기업과 상호 지분투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017년 미래에셋대우와 자사주를 교환하고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지만, 규모는 5000억원에 머물렀다.
우선 네이버입장에서는 CJ대한통운이라는 국내 1위 물류사업자와 함께 쇼핑시장에서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쇼핑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물류, 배송 인프라 경쟁력을 단숨에 최상의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4월부터 CJ대한통운과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 상품을 주문 시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센터에서 상품이 출고돼 24시간 내 전국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또 CJ대한통운이 보유한 글로벌 인프라를 통해 해외 직구와 역직구를 모두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네이버가 CJ와 동맹을 맺게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커머스 거래액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네이버쇼핑의 질주는 더욱 무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쇼핑의 예상 거래액을 전년대비 51.6% 성장한 30조3000억원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을 돌파하며 쿠팡, 이베이코리아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 쿠팡, 공격투자로 사업 다각화 박차...“이커머스 넘어선다”=쿠팡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이커머스를 넘어서는 회사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국내외 인재영입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물류센터 투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택배사업을 비롯한 광범위한 사업다각화까지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쿠팡은 OTT서비스를 위해 지난달 13일 사업목적에 ‘온라인음악서비스제공업’과 ‘기타 부가통신서비스(온라인 VOD 콘텐츠 서비스)’를 추가했다.
또 특허청 키프리스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쿠팡와우 플레이’와 ‘로켓와우 플레이’, 이달 7일 ‘쿠팡 스트리밍’과 ‘쿠팡 플레이’, 8일 ‘쿠팡 오리지널’ ‘쿠팡 티비’ ‘쿠팡 플러스’ ‘쿠팡 비디오’, 12일 ‘쿠팡 라이브’ 등 OTT 관련 상표권을 잇따라 출원했다.
지난달 라이브 커머스 분야 경력직원 채용에 나서는 등 방송 관련 인력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쿠팡 측은 OTT 시장 진출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OTT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쿠팡의 사업목적 추가를 두고 "사실상 쿠팡의 OTT 서비스 출시가 임박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OTT 서비스 제공은 인터넷 플랫폼으로 가는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쿠팡의 OTT시장 진출설은 지난 7월 동남아 OTT 서비스 업체인 훅을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쿠팡은 지난 3월 청산 신청한 뒤 후크 디지털을 매입하는 거래를 체결했다”고 보도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OTT 시장은 올들어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여파로 언택트 바람이 확산되면서 OTT 시장 규모가 더욱 커졌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7801억원으로 추정된다. 2014년 1926억원에서 연평균 26.3%씩 신장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가격과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으나, 최근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를 앞세워 고객들을 묶어 두는 락인(Lock-in)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며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쇼핑 사업만 하기 때문에, 아마존이나 네이버에 비해 락인이 어렵다. 이번 인수는 콘텐츠 서비스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인재영입에서도 ‘로켓’의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해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케빈 워시를 이사회에 끌어들였고, 나이키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 등을 담당한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하면서 영입을 본격화하더니 올해에는 국내파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정부의 규제 등 해결 과제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 4.15 총선 이후 국회 보좌관 출신 인사와 추경빈 서울시 전 정무수석까지 부사장급으로 영입하면서 대관 업무를 강화했고 삼성그룹에서 33년간 일하며 안전관리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삼성 임원이 된 유인종 안전분야 부사장과 인사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김기령 부사장도 외부에서 끌어오면서 내부를 다지기에 나섰다.
쿠팡의 정체성인 로켓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영입에도 나섰다. 지난 7월 영입한 전준희 신임 부사장이 그 대표적 사례다. 전 부사장은 국내 유명 정보기술(IT)기업 창업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구글, 우버 등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개발환경을 경험한 컴퓨터 사이언스와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또 지난달 28일에는 강한승 전 김앤장 변호사를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29일에는 우버를 현재의 위치까지 성장시키는데 현격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 받는 투안 팸 전 우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신임 CTO로 영입했다.
물류센터 투자도 지속한다. 쿠팡의 대표적 전략인 ‘계획된 적자’ 전략을 유지하면서 쿠팡의 정체성인 배송에서의 경쟁력을 잃지 않겠다는 김범석 대표의 의지로 풀이된다.
쿠팡은 5일 충북 제천시와 대규모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 음성군과 김천시에 이은 3번째 대규모 물류센터 설립추진이다. 이 3곳의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금액만 3000억원을 넘어선다.
글로벌공룡 아마존의 한국 진출로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1번가, 네이버, 쿠팡 중 어떤 업체가 향후 이커머스 업계의 주도권을 지게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