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제주 e-고팡 충전소. [사진=BMW 그룹 코리아]](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146/art_15738101156014_c17fcf.jpg)
[FETV=김창수 기자] 내연기관차가 유발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대안으로 등장한 전기차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역시 배터리로 인해 또 다른 환경오염의 우려를 낳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주기가 비교적 짧을 뿐 아니라 폐기 배터리에는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BMW·현대차·르노삼성 등 각 완성차 업체들은 폐배터리의 재사용 및 재활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주기는 5~6년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전기차용으로 용도 폐기된 배터리에는 코발트, 리튬, 망간 등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들어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친환경차 폐배터리를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물질’로 분류한다. 화재·폭발 위험 역시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금속은 희귀 금속으로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 폐배터리는 재활용 가치 가 높다. 또 전기차에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전기차용으로 수명을 다한 배터리도 신품의 60~80% 수준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배터리를 재사용할 경우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의 광물 채굴 횟수를 줄이는 ‘도시 광산’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이에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환경보호를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만들기와 새로운 수익원 창출 등을 위해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BMW그룹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써밋갤러리에서 열린 ‘BMW그룹 다이얼로그 2019’에서 폐배터리 재사용 사례를 소개했다.
컬스틴 미어발트 BMW그룹 기업 전략 지능형 도시 및 도시 수요 경영 매니저는 “BMW그룹은 지난 2017년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 BMW i3용 배터리 700개를 재사용한 15Mwh 규모의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구축했다”며 “저장시설을 설치하면 6~7년 정도 더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BMW그룹 코리아도 지난 8월 제주도에 폐배터리를 재사용하는 전기차 충전소 ‘e-고팡’을 세웠다. 고팡은 ‘저장소’의 제주도 방언이다.
e고팡은 풍력 에너지를 이미 사용한 BMW i3용 전기차 배터리 10개에 저장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국내 최초 전기차 충전소로 전기차 3대를 급속 충전할 수 있다. 향후엔 추가로 전기차 5대를 완속 충전할 수 있게 된다.
BMW그룹은 전기차 보급으로 발생하는 충전소 부족 문제와 전력 배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지난 9월 27일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오른쪽)과 김택중 OCI 대표이사 김택중 사장이 양해각서 체결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146/art_15738101658599_dd71be.jpg)
현대차그룹도 지난 9월 에너지솔루션 기업 OCI와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공동수행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개발부터 폐배터리의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자원 선순환 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업무협약에 따라 현대차그룹과 OCI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ESS와 태양광발전을 연계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분산형 발전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또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를 충남 공주시와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OCI 태양광발전소에 설치해 실증 분석과 사업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달 31일 LG화학과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사업에 협력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전기차 SM3 Z.E. 폐배터리 40대를 LG화학에 제공하고 LG화학은 이를 새로운 ESS 개발에 활용한다. LG화학은 전기차 폐배터리에 최적화된 ESS를 2021년까지 구축 및 시험 운영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차 측은 초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와 이후 출시하는 전기차의 폐배터리도 제공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2011년부터 환경부와 전기차 실증사업을 시작해 2013년 국내 최초로 전기차 양산 판매를 하는 등 국내 완성차 중 가장 먼저 전기차에 관심을 갖고 시장 확장에 기여했다”며 “배터리 재활용 부분에서도 선도 역할을 하며 지속가능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 LG화학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