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익=영화제작자] 뉴욕 맨하탄을 거닐다 보면 ‘델리(Deli)’라는 간판이 매우 흔하게 골목마다 하나 이상은 눈에 띈다. 이는 원래 ‘델리카트슨’이라는 말을 줄인 것으로, 유럽에서 이민 온 유태인들에 의해 1800년대부터 보급된 업태다. 처음엔 코셔 식품을 주로 취급하였는데, 세월이 흐르며 뉴욕에서 미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영업스타일도 변했다고 한다.
지금은 ‘델리’라고 하면 미리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류나 샐러드 등을 파는 조그만 가게에서부터 간단한 식료품점까지 겸하는 곳 아니면 거기에 더하여 주문을 받고 각종 음식을 만들어 주는 카페테리아까지 규모와 내용이 다양하다.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뉴욕이니 만큼 이탈리안 델리, 그리스 델리 더 나아가 멕시칸 델리, 아시안 델리 등 다양한 델리가 생겨났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나오는 카츠 델리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다. 필자도 뉴욕에 갈 때마다 이걸 먹으려고 꼭 한번은 들르곤 하는데 콘비프 샌드위치, 브리스킷(양지살) 샌드위치, 필리치즈 샌드위치도 어느 가게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맛이 좋아서 둘 이상이 가면 골고루 시켜서 나눠먹곤 한다. 이 곳은 영화 속에서 맥 라이언이 앉아서 신음을 하던 그 자리 위에 화살표를 매달아 놓았는데, 한동안 그 자리에서 맥 라이언을 흉내내며 사진을 찍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에서 샐리(맥 라이언)는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함께 간 해리(빌리 크리스탈)는 물론 파스트라미를 먹는다. 샐리는 핫터키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그걸 해체하여 겹겹이 쌓아 두툼한 터키햄에서 두 장만 골라내어 얇게 만들어 먹는다.
이 식당의 파스트라미, 콘비프, 브리스킷 샌드위치는 이름 앞에 Katz’s라는 상호가 붙는다. 시그니처 메뉴라는 뜻이다. 그런데 샐리는 그걸 시키지 않고 칠면조 샌드위치를 시켜 그것도 재조립해서 먹는 것이다. 이건 그녀의 캐릭터가 그만큼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경우에 따라선 까칠하다고 할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중략) 더 보고 싶은가요?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