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예진 기자] 불성실공시 벌점이 상장 유지 ‘임계치’를 넘기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누적 벌점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만큼, 정부가 부실기업 퇴출 기조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공시 위반에 대한 제재도 한층 엄격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사례는 총 121건으로 집계됐다. 누적 벌점이 상장 유지 기준선을 넘기는 기업도 속출하면서 시장 투명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부실기업을 정리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불성실공시 기업에 대한 ‘엄단’도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증권거래소를 백화점에 비유하며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과 가짜 상품을 확실히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집계 결과 코스닥 시장에서는 한국유니온제약이 누적 벌점 35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올리패스(30점), 테라사이언스(25점), 더테크놀로지(24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한국유니온제약은 2025년 한 해 동안 두 차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중복 지정됐다. 코스닥에서 연간 2회 이상 중복 지정된 기업은 나노실리칸첨단소재, 드래곤플라이, 씨씨에스, 올리패스, 크레오에스지, 테라사이언스, 티에스넥스젠, 한국유니온제약 등 총 8개사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코아스가 누적 벌점 42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아스는 적대적 M&A 과정에서 다수의 공시 의무 위반이 발생하면서 벌점과 함께 약 6억2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최근 10년간 상장사가 한 번에 받은 벌점 가운데 역대 3위 수준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기준(15점)을 3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코스피 시장의 주요 벌점 부과 기업으로는 금양(17점), 동성제약(14.5점), 태광산업(11점), 범양건영(10.5점) 등이 포함됐다.
현행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실질심사 개시 이전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투자유의 종목으로 분류되는 절차를 거친다. 코스피는 별도 규정에 따라 벌점이 10점 이상일 경우 지정일 당일 하루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투자자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운영된다. 벌점 수준에 따라 증권사 시세표에는 ‘불(불성실공시)’ 문구가 일정 기간 표기된다. 5점 미만은 1주일, 5점 이상 10점 미만은 2주, 10점 이상은 1개월간 표시돼 공시 위반 사실이 투자자에게 안내된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한국 지수 상승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좀비기업’ 정리가 필요하다는 정부 기조에 동의한다”며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한 정리가 이뤄져야 시장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퇴출은 소액주주 재산권과 직결되는 만큼 칼로 두부 자르듯 일시에 정리하기보다, 정밀 분석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