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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푸른 뱀의 해’로 불린 2025년 을사년, 국내 산업계는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크고 작은 변곡점을 지나왔다. FETV는 주요 산업별로 2025년 한 해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를 짚어보고, 각 업계가 어떤 선택과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
[FETV=이신형 기자] 올해 포스코이앤씨·SPC 사태로부터 시작된 중대재해가 건설업을 넘어 조선 철강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구조적 경영 리스크로 부상했다. 정부의 강경한 처벌 기조 선언에도 사망 사고가 반복되며 노동안전 문제가 기업의 핵심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
올해 중대재해 이슈는 포스코이앤씨와 SPC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부터 시작됐다. 특히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와 SPC를 직접 언급하며 강도 높은 엄벌 기조를 분명히 했고 이에 따라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과거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감내해야 할 부담은 주로 여론의 뭇매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건설 면허 취소, 공공입찰 제한까지 거론되자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 비난을 넘어 즉각적인 경영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후 산업계는 일제히 안전 점검 강화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각 업계에서 사고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최근에도 여의도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작업자가 고립됐고 이 가운데 1명이 숨졌다.
철강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6월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10월에는 동국제강 사업장에서도 노동자가 트레일러 차량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국제강은 곧바로 최삼영 대표이사 주재 사과문을 발표하며 재발 방지 의지를 밝혔으나 고위험 공정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안전 관리 인식과 실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포스코 역시 올해 중대재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후 치료를 받던 재해자가 지난 22일 추가로 사망하며 총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이동렬 포항제철소장은 보직해임 조치를 받았다.
조선업계에서도 여러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9월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는 브라질 선주사인 페트로브라스 소속 감독관이 해상 구조물 위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또 다른 노동자가 넘어진 구조물에 의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에 나섰다.
또 지난 22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도 원유운반선 탱크 내부 분진 제거 작업을 준비하던 협력업체 작업 관리자가 약 20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당일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공시하고 해당 선박에 즉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야드 전체 작업 중단과 특별 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최성안 대표이사 주재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 같은 사고 흐름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조선업 재해율은 2.95%로 제조업 가운데 가장 높았고 철강업계 역시 1.03%의 재해율을 기록해 제조업 중 3위에 올랐다.
고소 작업, 중량물 취급, 밀폐 공간 작업 등 여러 위험 작업이 산재한 조선·철강 업종 특성상 안전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위험 요인이 충분히 인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부의 엄벌 기조와 기업의 안전 투자 확대에도 기업의 현장 관리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청과 협력업체 간 안전 책임이 명확히 작동하지 않는 구조 역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고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종합해보면 2025년 산업계를 관통한 중대재해 이슈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의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 노동안전은 더 이상 ESG 평가용 항목이나 단순 리스크 요소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는 발생 시 기업 평판 훼손은 물론 수주 경쟁력과 경영 안정성까지 직격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중대재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국내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을 전후로 중대재해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 변화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이어진다.

